혁신위원회(혁신위)가 4호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의힘 내 갈등 재점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천과정이 종료되기 전까지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이 갈등의 불씨가 된다고 평가했다.
20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4호 혁신안을 두고 당 지도부는 청년 우선 공천과 청년 할당이 전략공천 배제와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또 이상과 현실 간 괴리 등을 언급하면서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4호 혁신안은 ‘공정경쟁’을 원칙으로 전략공천을 완전히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신안 적용 대상은 당과 대통령실 인사 모두를 포함했다.
세부 사항을 살펴보면 △전략공천 원천 배제 △엄격한 컷오프 △금고 이상 전과자와 사회적 물의·당 명예 실추시킨 사람 공천 배제 등을 규정했다.
혁신위는 지도부의 모순 우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브리핑을 통해 “청년전략특별지역구가 경쟁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냐는 질문이 있었다”며 “청년전략특별 지역구도 45세 미만 청년끼리 공개경쟁을 통해 당의 후보를 선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공천이 아니라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한국의 청년유권자 비율이 37%에 이르지만 한국의 청년국회의원 비율은 4%에 불과하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이제한을 둔 경쟁 지역구를 신설하자는 게 3호 혁신안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4호 혁신안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남권 중진의 불·험지 출마 내용을 담은 2호 혁신안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압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요소는 대화를 통해 정리해가는 수순”이라며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의 기류가 있다. 대놓고 표현할 수 없어 우회적으로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이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어 희생을 거부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상황에서 의석수를 더 뺏기면 식물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혁신위 차원에서 안건을 제시하는 것은 좋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많다”며 “갑자기 정식 안건도 아닌 상태에서 험지와 불출마 등을 언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진들의 험지 출마와 불출마는 이미 고민을 하는 사안이었다”며 “혁신위가 전면에서 얘기하면 끌려나오는 모양새가 된다. 이는 총선에서 악영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혁신안이 나오면 나올수록 더 강한 반발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고 전망했다. 2호 혁신안부터 막혀있어 추가 혁신안도 실효성을 가지긴 어렵다는 평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갈등 재점화는 무조건 벌어지는 일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혁신 완급 조절을 얘기하지만 전혀 빠른 게 아니다”라며 “혁신위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종료되면 바로 당 체제를 정비해 공천에 돌입해야 한다”며 “하지만 혁신위 2호안부터 통과되지 않아 다른 게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내년 총선 인적 쇄신을 위한 내용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라며 “혁신안을 둘러싼 갈등은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결정이 마무리돼야 멈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