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장기화’에 닛케이↑…증권가 “장기적 호흡은 엔화 강세 베팅”

‘엔저 장기화’에 닛케이↑…증권가 “장기적 호흡은 엔화 강세 베팅”

닛케이지수 1990년 거품경제 이후 33년만 최고치 기록
엔화 저점 현상 장기화, 日 주요 기업 실적 개선 영향
“엔화 절상 여지, 다른 통화들보다 높다”

기사승인 2023-11-23 06:00:16
지난 15일 도쿄 증권거래소의 번호가 표시된 전광판. AFP=연합뉴스

일본 증시가 약 33년 만에 최고점을 갱신했다. 이는 장기간의 엔화 약세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영향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이나 관련 상품을 매수하는 '일학개미' 투자자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다만 증권가에선 장기적 호흡 관점에서의 투자 방식은 엔화 강세에 베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3일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로 평가받는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20일 장중 3만3800선을 기록해 거품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한 지난 1990년 3월12일 이후 약 33년 만 최고치다.

일본 외신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주말 미국 주가 상승으로 도쿄 시장에서도 매수세가 우수했으며 미국 장기금리 하락으로 리스크 선호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주가 상승 흐름이 파급됐다”고 분석했다.

닛케이지수는 연초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4일 2만5716.86에 머물렀으나 이달 21일 종가 기준 3만3354.14로 무려 29%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27% 증가한 것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상승률을 선보인 셈이다.

이같은 상승세의 주된 배경은 엔저 현상이 장기화됨에 따른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꼽힌다. 일본 기업들은 제조업 기반 수출에 의존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엔화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는 일본 상장기업의 상반기 회계연도(4~9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해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일본 주식을 매수하는 일명 ‘일학개미’ 투자자들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보털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주식 보관금액은 34억3529만달러(약 4조453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수준이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기업의 체감경기는 엔화약세와 가격인상을 바탕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미 장기금리의 하락세를 바탕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최고가 경신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엔화는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저렴한 상황이다. 지난 7월 이후 엔·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지난 3일에는 미국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작년 9월 일본은행(BOJ)의 첫 환시개입이 단행될 당시 144엔을 넘어선 것이다. 실질실효환율을 기준으로 봐도 낮다.

또한 약달러 상황도 엔화 절하를 저지할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물가 안정과 노동시장 과열 완화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기대는 축소됐고, 달러인덱스와 미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핵심은 달러가 약해질 때 다른 통화에 비해 엔화 절상폭은 클 것이란 점이다"며 "그동안 누적된 엔화 절하 일변도로 순매도 포지션은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즉 절상될 여지가 다른 통화에 비해 크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장기적 호흡에서 엔화 강세 베팅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일본의 점진적 통화정책 긴축화와 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종합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일본은 내년 중 통화정책 긴축방향으로 선회가 예상된다는 게 이베스트투자증권 측 설명이다. 그러면서 현시점 엔화 약세 현상은 마무리 국면이라고 내다봤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오는 2025년 회계연도까지 일본의 추세 인플레가 2%를 향해 점진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장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우에다 총재가 물가 목표 달성이 가까워지면 초완화정책 종료를 논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는 만큼, 중단기보다는 장기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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