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상생금융을 연이어 주문했다. 은행업권에서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사, 증권사, 상호금융들은 실적 감소 속 상생금융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이어 제2금융권에도 상생금융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금리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저금리 대환 프로그램의 범위와 지원수준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김주현 위원장이 2금융권 간담회를 앞두고 상생금융 동참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당장 금융당국은 연말까지 보험, 금투, 여전, 중소, 상호 등 다른 금융업권과 간담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각 업권의 금융 현안에 대해 소통한다는 취지지만, 지난 은행장 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상생금융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자 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2금융권 가운데 가장 상생금융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곳은 보험업계다. 보험업계는 일반 금융소비자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이면서 올해 새 회계제도 IFRS17 도입 영향으로 실적이 크게 증가한 곳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권에서는 손해보험업계와 생명보험업계 합쳐 약 1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중 가장 유력한 상생금융 방안은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최근 손해율이 안정권에 들어오면서 보험료를 2년 연속 1~2% 낮추고 있다. 상생금융에 동참하는 만큼 인하율을 조금 더 높여 연말 2~3%까지 인하한다는 계획이다.
실손보험의 경우 인상률을 억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며 올해 평균 8.9% 정도의 보험료를 인상한 바 있지만, 올해의 경우 인상 폭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생보업계는 청년·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저축·연금보험 관련 상품 출시 및 사회공헌 활동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신한라이프의 ‘신한아름다운연금보험(무배당)’과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 등이 있다. 이외에도 연금·저축보험 상품 환급률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드업계에서도 상생금융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올해 초 상생금융의 시작을 우리카드에서 끊었던 만큼 연말 ‘상생금융 시즌2’에 참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졌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실적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대부분의 카드사들의 실적은 크게 감소했다. 주요 전업사인 신한·삼성·KB·현대의 경우 3분기 당기순이익 총합(4413억원)이 전년동기 대비 7.35% 떨어졌다.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카드업권에서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다만 결제 사업의 핵심인 가맹점 수수료를 재차 인하하는 것은 카드업권의 수익성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카드업권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 이후 14차례나 인하되면서 수익성이 꾸준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가맹점 수수료 이익은 이미 적자인 만큼 추가 인하 여력을 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상생금융 동참이 힘들 것이라는 호소가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 업권의 적자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저축은행 79곳은 총 9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523억원의 순손실을 냈던 것에 비해 적자가 심화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1분기 대비 5000억원 가량 순이익이 감소한 것이며, 2014년 2분기 이후 9년만의 적자다.
다만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지주사 차원의 상생금융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중점 과제는 리스크 관리”라며 “높은 자금 조달 비용과 건전성 부담 등으로 내년 수익성마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지주사 차원에서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한 만큼 4대 지주 산하 저축은행들은 상생금융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