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연구DB 활용 저조한 산업계…건보공단 “돌파구 마련 고심”

건강보험 연구DB 활용 저조한 산업계…건보공단 “돌파구 마련 고심”

2014년부터 건강보험 빅데이터 1만여건 제공
데이터 받아서 분석하는 데만 1년 가까이 소요
“맞춤형 익명 집계 자료 제공 서비스 전환 검토”

기사승인 2023-12-04 14:13:10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장이 지난 11월30일 충북 제천시 건보공단 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대상 강연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구와 정책 수립 지원을 이어가는 가운데, 산업계의 활용이 저조해 이를 활성화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박종헌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장은 지난달 30일 충북 제천 건보공단 인재개발원에서 개최된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대상 강연을 통해 “산업계의 건강보험 빅데이터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진찰과 치료, 처방 이력 등 수집된 정보를 가명 처리한 연구DB(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4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건강보험 빅데이터 제공(승인) 건수는 2017년 813건에서 2021년 1528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올해는 1458건의 연구DB가 승인됐다. 연구DB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제공된 건수만 1만여건에 달한다. 이 중 학술연구가 70%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정책(20%), 학위(9%) 순이다.

하지만 전체 제공 건수 중 민간 산업계가 수행한 연구는 30여건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직접 수행하는 대신 펀딩 형태 등으로 연구를 지원했다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박 실장은 민간 산업계가 연구DB를 토대로 연구하기 어려운 이유로 낮은 편의성과 기업 내 연구 전담인력 부족 등을 꼽으며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 실장은 “간담회, 포럼 등 다양한 형태로 산업계와 만나며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듣고 있다. 가명정보 처리해 맞춤형으로 자료를 제공하고, 고정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업데이트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면서도 “개인 건강정보는 워낙 민감해서 활용을 극도로 신중해하고, 데이터를 받아서 분석하는데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서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만약 모자를 만드는 기업이 영유아 검진에서 측정하는 머리 둘레 정보를 활용한다면 불필요한 사이즈의 모자를 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제약사의 경우에도 한국인에게 맞는 맞춤형 약제를 개발하는 데 건강보험 연구DB를 활용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려면 오는 2025년 본격 시행을 앞둔 ‘마이데이터 제도’가 잘 시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가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개인정보를 이동시켜 본인이 원하는 서비스에 활용되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3월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해 앞으로 사회 각 분야에 이를 도입하기로 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연계되는 의료 분야 선도서비스는 의료(검사내역, 진료·처방 정보, 건강검진 정보)와 복지(복지수급 정보), 금융(보험 가입내역)을 연계해 만성질환을 관리하고 진료·처방이력을 관리하는 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박 실장은 “마이데이터 제도 시행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전제로 가명 연구DB 제공 방식과 유사한 맞춤형 익명 집계 자료 제공 서비스로 전환하고, 공공·민간 요청에 따라 공단이 직접 분석해 결과물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관 간 가명정보 결합 서비스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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