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주가연계증권(ELS) 만기가 성큼 다가오면서 은행권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은행권뿐만 아니라 홍콩 ELS와 연계된 변액보험 상품을 판매한 보험사에도 여파가 미칠지 주목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H지수 ELS 상품에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될 경우 배상 비율 기준안을 만들어 금융사와 소비자 간 분쟁에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이 대표 민원 사례에 대한 기준안을 내놓으면, 이를 근거로 금융사가 자율 조정에 나서는 방식이다.H지수 ELS 분쟁조정에 대해 배상기준안 방식이 적용된다면,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다. 지난 1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42건으로, 일반 민원으로 접수된 건까지 포함할 경우 규모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시중은행에서 판매한 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은 지난 8월 말 기준 15조660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8조 3000억원 어치가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데, 절반이 넘는 4조6800억원 규모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중국 국영기업 50개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2021년 판매 당시 1만~1만2000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6000선까지 떨어지며 반토막 난 상태다.
금감원에서 홍콩H지수 연계 ELS와 관련, 은행 현장조사에 나선 가운데 보험계에서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일부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한 변액보험 투자 대상 중 H지수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 사업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고, 수익이 나면 이를 가입자에게 나누어 주는 실적 배당형 보험 상품이다. 주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 KB라이프생명, 하나생명 등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이 ELS 변액보험을 판매했다.
ELS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지자, 5대 은행은 일제히 H지수를 포함한 ELS 상품 판매 중단에 나섰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하나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 7월과 지난 2020년 상품 판매를 일찌감치 중단했고, KB라이프도 지난 1일부로 ELS변액보험 상품 판매를 중단키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3일 ‘2023년 상반기 주요 민원사례로 알아보는 소비자 유의사항’을 통해 변액보험에 대한 주의사항을 안내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변액보험 관련 민원이 △2021년 상반기 1546건(18%) △2022년 상반기 1143건(15%) △2023년 상반기 898건(15%)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변액보험은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가입 전 적합성 진단을 받고 진단결과를 반드시 확인해야한다고 소비자에 당부했다.
보험사를 상대로 가입자가 소송을 제기할 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은행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ELS 연계 변액보험 가입자 일부도 불완전판매를 문제 삼아 보험사에 법적 대응을 할 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7일 전체 생보사를 대상으로 ELS 변액보험 판매 현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ELS 연계 변액보험을 판매한 보험사는 통상 3군데라고 알려져 있지만, 확인 차 전체 생보사를 대상으로 모두 자료를 요청했고 아직 취합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