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10년 미뤄야” “미루면 보신탕 行”…개 식용 금지 갈등

“폐업 10년 미뤄야” “미루면 보신탕 行”…개 식용 금지 갈등

기사승인 2023-12-09 06:05:01
대한육견협회·대한육견연합회·대한육견상인회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를 동원해 개 식용 종식 특별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동물권 혁명캣치독


개고기는 취향일까, 동물 학대일까. 개 식용을 둘러싸고 동물단체와 육견협회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개 식용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연내 제정을 앞두고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지난달 연내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 전‧폐업 전환을 고려해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인 단속을 한다는 방침이다. 20년 넘게 이어진 개 식용 논란을 금지하겠다고 못을 박은 것이다.

개 동반 시위 ‘생존권 싸움’ vs ‘동물 학대’

식용견 농가와 관련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대한육견연합회·대한육견상인회 등은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개 식용 종식 특별법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차량 30여대로 개 100여 마리를 동원해 개 방사를 시도했다. 경찰이 개 방사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져, 대한육견협회 측 3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현행범 체포됐다.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 앞에서도 육견협회 회원 등이 케이지에 넣은 개 10여 마리를 도로 위에 일렬로 전시 후 방치했다.

이들은 법안 통과 시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겠다고 경고했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 생존권 위원장은 “아직 개고기를 먹는 국민이 있다. 소비자가 있으니 생산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인허가 받아서 개를 사육한 것이다.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개 식용이 금지되면 사육 농가부터 유통상인, 식당까지 하루아침에 다 그만둬야 한다”라며 “사업 특성상 업종 변경도 어렵다. 법안 통과 시 정말 용산에 개 200만 마리를 풀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을 동반한 시위에 동물 학대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울 용산에서 육견협회의 개 방사를 막은 동물권 혁명 캣치독팀 정성용 총괄팀장은 “육견협회는 개를 생명이 아닌 돈으로 본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팀장은 “당시 현장은 영하권으로 매우 추운 날씨였는데, 개들은 몸을 완전히 필수도 없는 뜰망에 갇혀 물도 사료도 없이 장시간 방치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만 마리를 방사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협박으로 보인다”라며 “개 식용 금지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도 SNS에 “육견협회 등은 죄 없는 개들을 시위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도로에 유기했다”라며 “개를 정서적,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것은 물론 보는 국민들까지 충격과 분노에 빠지게 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동물을 시위 도구로 사용하는 육견협회는 강력히 처벌되고 즉각 해체해야 한다”라며 “개 식용의 빠르고 완전한 종식의 당위성을 보여준 것”이라 했다.

지난달 30일 육견협회 등 개 식용 관련 종사자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 개를 유기한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SNS 캡처


‘점진적 폐업’ vs ‘빠른 법제화’


동물보호단체와 육견협회는 오랜 기간 개 식용을 두고 충돌을 빚어왔다. 50년 전인 지난 1973년 축산법 개정을 통해 가축의 범주에 개가 포함되며 개 식용은 법으로 명문화됐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개 식용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1978년 개를 축산물에서 제외했다. 이후 2000년대에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며 개고기를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었다. 동물단체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개 식용 금지를 외쳐온 상황이다.

개 식용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00년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한 여론조사에서는 86.3%가 개 식용을 찬성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해 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1명으로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p)에 따르면, 개 식용 인식은 ‘좋지 않게 본다’ 64%로 나타났다. 또 향후 개고기 소비에 대한 계획도 없었다. 사단법인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11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4%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앞으로 먹을 의향이 없다”는 답변도 89%에 달했다. 

사회적인 합의와 여야 모두 개 식용 금지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 만큼 연내 법안 통과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물단체와 육견협회는 개 식용 금지 법안 통과 후, 현재 살아있는 식용견과 보상 방안 등의 쟁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육견협회는 ‘확실한 보상’을 바란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식주권 생존권 위원장은 “법안 통과 시 개 사육 시설은 다시 쓰지도 못해 농가부터 유통 상인, 식당들도 하루아침에 그만둬야 한다”라며 “최소 5년간 수입은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 1마리를 키워 팔면 40만원의 수익이 난다”며 “여기에 시설비와 상인들에 대한 폐업에 대한 보상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육견협회는 3500여개 농가에서 평균 700마리씩 키우고 있으니 총 약 7조원의 보상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보상이 불가피할 경우엔 한번에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축소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주영봉 위원장은 “1단계로 희망자 폐업을 신청받으면 10~30% 정도 소규모 농가가 폐업할 것”이라며 “1차 폐업을 단행하면 농가와 개고기를 먹는 시민도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이라 했다. 이어 “10년 후 완전 폐업을 목표로 단계적인 축소를 하며 유예기간 내에는 개고기에 대한 위생 관리 등을 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동물단체는 빠르고 촘촘한 법제화를 준비하는 분위기다. 김영환 동물권 단체 케어 대표는 “3년의 유예기간은 현재 생기는 논란들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며 “3년간 개들만 잔뜩 도살당하다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전국에 있는 식용견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이대로 두면 남은 개들은 전부 3년 이내 복날에 보신탕이 될 것”라고 꼬집었다. 이어 “식용견들은 전기 도살로 고통스럽게 죽는다. 도살이 아닌 안락사를 하거나 개 농장을 보호소로 바꾸는 등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개 식용’을 반대하는 메시지가 담긴 콜라주. 사진=박효상 기자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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