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신민아 “안 해본 건 늘 재밌다” [쿠키인터뷰]

‘3일의 휴가’ 신민아 “안 해본 건 늘 재밌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3-12-10 06:00:08
배우 신민아. 에이엠엔터테인먼트 

기자회견을 앞뒀다는 걸 알면서도 데뷔 25년 차 배우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방금까지 스크린에서 본 이야기가 그의 심금을 울렸다. 보편적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에 속수무책으로 감정이 들끓었다. 미묘한 감정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하는 이 영화가 마음에 맺혔단다. 지난 4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신민아가 들려준 이야기다.

신민아는 지난 6일 개봉한 영화 ‘3일의 휴가’에서 딸 진주 역을 연기했다.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는 3일 휴가를 받은 엄마 복자(김해숙)는 잘 살고 있는 딸의 모습을 기대했다가 충격받는다. 복자는 미국 명문대 교수직을 내려놓고 고향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을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복자는 딸이 자신에게 미안해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진주의 마음은 다르다. 잘해주지 못한 것들만 떠올라서 괴롭기만 하다. “딸과 엄마의 감정을 고스란히 따라가는” 구조에 신민아는 금세 매료됐다.

“따뜻하고 뜨거운 작품을 하고 싶던” 신민아에게 ‘3일의 휴가’가 품은 훈기는 적격이었다. 그는 촬영 내내 엄마 역을 맡은 김해숙에게 의지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먼저 출연을 확정한 김해숙을 떠올리며 읽었단다. 촬영장에서 얼굴만 봐도 울컥하길 여러 번. 신민아는 “선생님과는 성격부터 태도, 마음가짐, 스스로에게 가진 생각까지 모든 게 비슷해 더욱 이끌렸다”고 돌아봤다. 감정을 이해하는 데 육상호 감독의 몫이 상당했다면,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는 김해숙의 역할이 컸다는 설명이다.

‘3일의 휴가’ 스틸컷. 쇼박스

진주는 극에서 밝지만 불안정하다. 과호흡으로 쉽게 잠들지 못하고 회한과 그리움에 사무쳐 산다. 신민아 역시 답답한 마음을 내뱉는다는 심정으로 연기했다. 앞서 그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우울증에 힘겨워하던 선아를 표현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이 공감을 표했을 정도다. ‘3일의 휴가’에서도 그가 맡은 진주는 우울 및 공황 증세를 보인다. 신민아는 “누구나 인생을 살며 많은 일을 겪지만 사회는 우울함이 없는 걸 당연하게 여기곤 한다”면서 “‘우리들의 블루스’와 ‘3일의 휴가’ 모두 치유와 극복·이해 과정을 보여주고 큰 문제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아내서 좋았다”고 짚었다.  

늘 해사한 듯한 그에게도 배우로서 답답한 심경을 느낀 때가 있었다. 좋은 순간과 힘든 순간이 늘 동시에 일어나곤 했단다.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힘듦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오랜 기간 활동하며 익힌 건 마음속 풍랑을 잠재우는 저만의 방법이다. 신민아는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않으면서도 집중하려는 연습이 필요하다”면서 “그 마음을 계속 느끼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균형감이 잡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되새기는 건 열정이다. “경험과 작품 수 모두 부족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맡을 수 있는 배역 폭이 넓어졌다. JTBC ‘보좌관’과 영화 ‘경주’(감독 장률),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감독 부지영) 등이 그 예다. 신민아는 “안 해본 것을 연기하는 게 재밌다”면서 “여러 감정이 떠다니는 공기를 앞으로도 느끼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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