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11일 고금리가 지속되는데도 리볼빙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리볼빙에 대해 소비자 경보 '주의'를 발령했다. 소비자경보 등급은 주의, 경고, 위험 3등급으로 나뉜다.
리볼빙 잔액은 △2021년말 6.1조원 △2022년말 7.3조원 △2023년 10월말 7.5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며 차주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대금 일부만 결제하면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되고, 그 이월된 잔여결제금액에 이자가 부과되는 신용카드 결제방식이다. 표준약관상 정식 명칭은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다.
신용카드 대금을 한번에 결제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가계자금의 유동성을 확보가능하지만, 소비자가 높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소비자가 정한 약정결제비율(예: 30%)만큼 결제하고 나머지는 이월되므로, 그 비율이 낮을수록 미래 갚아야 할 대금은 증가하는 방식이다. 카드사가 정한 최소결제비율(예: 10%) 이상 잔고가 있으면 연체되지 않고 이월되지만, 그 미만의 잔고가 있으면 연체 처리된다.
먼저 금감원은 리볼빙은 신용카드 필수 가입사항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근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중에는 리볼빙이 신용카드 필수 가입사항인 것으로 오인해 가입하거나, 본인이 리볼빙에 가입된 지도 모르고 장기간 이용했다고 주장하는 사례들이 빈번하다. 금감원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리볼빙에 가입된 것은 아닌지 수시로 확인함으로써, 불필요한 이자부담 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최소결제, 일부만 결제 등 리볼빙을 지칭하는 표현에 유의해야 한다고도 했다. 금감원은 최근 카드사 리볼빙 광고 실태를 점검했다. 그 결과 최소결제, 일부만결제, 미납 걱정없이 결제 등 용어를 사용해 금융소비자가 리볼빙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타 서비스와 오인가능하게 할 우려가 있는 광고사례들이 발견됐다. 금감원은 당월에 일부금액만 결제할 수 있는 ‘일시불 분할납부 서비스’ 등 타 서비스와 오인할 수 있고, 리볼빙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여 리볼빙에 쉽게 가입을 유도할 우려가 있어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금감원은 리볼빙은 고금리 대출성 계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볼빙 이용시 당월 결제예정액이 차기이월된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사실 그 부분만큼 카드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셈이다. 리볼빙은 지난달 말 기준, 이용 수수료율(이자율)이 평균 16.7%에 달하는 고금리 대출성 계약이다. 향후 상환할 원금 및 리볼빙 이자율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약정결제비율 30%, 카드사용액이 매달 300만원인 경우, 이월되는 채무잔액은 210만원(첫째달)→ 357만원(둘째달)→ 460만원(셋째달)으로 크게 증가한다.
금감원은 일반 대출계약의 경우 장기간 이용시 오히려 신용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으나, 리볼빙 장기 이용은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도 짚었다. 또 리볼빙을 지속 이용하여 결제 원금이 증가한 상황에서 이용자의 낮은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리볼빙 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그간의 원금 및 수수료 총액을 일시에 상환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도 알렸다.
금감원은 “리볼빙은 계획적으로 사용할 경우 일시적인 연체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용성을 제공하는 반면,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급격한 채무부담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만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향후 유사사례 재발 등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여신협회 및 업계와 함께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