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모집 결과 ‘시끌’…복지부 “성공” vs 의료계 “참담”

전공의 모집 결과 ‘시끌’…복지부 “성공” vs 의료계 “참담”

기사승인 2023-12-12 06:00:02
쿠키뉴스 자료사진. 사진=박효상 기자

2024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모집 결과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는 최근 급격한 지원자 하락을 보였던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이 증가한 것을 놓고 “그간의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냈다”고 호평했다. 반면 의료현장에선 “바닥 수준을 겨우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비판하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11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지원 결과 총 140개 병원(정원 3345명)에 3588명이 지원하며 107.3%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전공의 지원자도 증가했다. 2023년도 상반기 모집 시 비수도권 지역의 지원자는 1140명이었으나, 올해는 1298명으로 158명 늘었다. 최종 선발된 이들은 내년 3월에 레지던트 1년 차 업무를 시작한다. 떨어진 이들은 다음 선발을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필수의료 과목들이 수두룩하단 것이다. 이른바 ‘빅5 병원’이라 일컫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삼성서울·서울대·서울성모·서울아산·세브란스)조차도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소아청소년과(소청과)는 205명 모집에 53명이 지원해 지원율 25.9%를 기록했다. 빅5 병원 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만이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모두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세브란스병원은 소청과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다른 필수의료 과목도 상황은 비슷하다. 작년 183명 모집에 156명이 지원하며 지원율 85.2%를 기록한 응급의학과는 올해 모집 정원이 191명으로 늘었지만, 152명이 지원해 지원율은 79.6%로 오히려 5.6%p 떨어졌다. 산부인과 역시 지난해 185명 모집에 133명이 지원해 지원율 71.9%를 기록한 반면, 올해는 181명 모집에 122명이 지원해 지원율 67.4%로 4.5%p 감소했다.

이와 반대로 인기 과목들은 모집 정원을 훌쩍 넘겼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정원 142명에 지원자 254명이 몰려 지원율(178.9%)이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는 △안과(106명 모집, 183명 지원, 지원율 172.6%) △성형외과(73명 모집, 121명 지원, 지원율 165.8%) △재활의학과(102명 모집, 162명 지원, 지원율 158.8%) △정형외과(211명 모집, 318명 지원, 지원율 150.7%) △마취통증의학과(212명 모집, 307명 지원, 지원율 144.8%) △피부과(72명 모집, 103명 지원, 지원율 143.1%) 순이었다.

복지부는 일부 과에서 지원자가 줄었으나, 정부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고 평가했다. 복지부는 지난 7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소아청소년과는 전년 대비 지원자가 20명 증가했고, 지원율도 9.6%p 증가해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그간의 정부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외과의 경우 전년 대비 지원자가 25명 늘고, 지원율이 18.5%p 오르는 등 전공의 지원율이 낮았던 과목의 지원자 증가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청과 전문의들은 정부 지원 효과가 일부 전공의 지원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효과 평가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지난 8일 입장문을 통해 “더 이상 추락하지 않고 바닥 수준을 겨우 유지한 게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소청과학회는 “올해 전공의 4년차 졸업으로 근무 가능한 전공의 숫자가 대거 감소되는 2024년에 병원 입원진료를 대폭 축소해 혼란이 예상된다”며 “2025년에는 수련교육이 3년제로 전환되며 3·4년차가 동시에 졸업하게 되면 인력난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매년 최소 120명 이상의 신규 전공의 지원이 있어야 진료 위기가 해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 역시 응급의학과 지원율의 지속적 하락과 전공의 수련 포기 증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 당국의 여러 필수의료 대책들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냉정한 평가다”라며 “응급환자 진료에 대한 과도한 법적 부담이 지속된다면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 이상 전공의들을 전문의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전문의를 확대해야 수련 환경을 개선하고 전공의 수급을 늘리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과도 전공의 정원 미달을 면치 못했다. 가정의학과는 229명 모집에 114명이 지원해 49.8%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가정의학과의 지원율은 소청과(25.9%), 핵의학과(37%), 심장혈관흉부외과(38.1%) 다음으로 낮다. 정원 절반을 겨우 채운 초라한 성적표에 가정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오범조 서울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 모집 전 지원자를 대상으로 각 과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는데 가정의학과 부스에 찾아온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아 ‘올해는 미달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가정의학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단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전공의 지원 결과물을 받아보니 더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젊은 의사들은 소청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벌어진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리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소청과 선택을 꺼리는 이유는 저출산으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하고, 수련 환경이 열악하며,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분쟁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라면서 “힘든 수련 과정을 마치더라도 이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아 젊은 의사들 입장에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애초 소청과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전공의들의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단 진단이다. 대전협은 “전문의를 채용해 전공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면 소청과 지원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전문의 인력을 확보해 전공의 업무량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는 훗날 대한민국 의료를 짊어질 젊은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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