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12일 불출마 선언으로 총선 전 당 쇄신의 분위기가 물씬 커지는 가운데 지도부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 비윤 중진들의 거취가 주목된다. 당을 위해 헌신을 요구해온 만큼 그들도 스스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된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윤핵관’ 장제원 의원 불출마 선언 이후 친윤계 의원들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커지고 있다. 하태경 의원은 공개적으로 김기현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으며, 안철수 의원은 총선 대책을 마련하라면서 지도부를 압박했다. 또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이제 결단할 때가 됐다”면서 사실상 지도부의 사퇴 결단을 기대하는 듯한 발언을 냈다.
또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도 친윤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는 게 맞다는 취지의 말들을 계속해 냈다.
비판의 목소리를 낸 이들은 정작 자신들의 희생 요구에는 인색한 모양새다. 안 의원은 장 의원의 불출마 소식에 환영하면서도 “저는 당이나 정부에 어떠한 기득권도 없다”고 했다.
또 하태경 의원은 선제적으로 부산 해운대를 떠나 내년 총선 수도권인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자신의 정치를 위한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국힘 내부에서는 친윤계 당 지도부만의 희생만을 강조하는 게 과연 옳은 처사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당이 처한 위기 상황을 당 지도부의 단독 책임으로만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친윤계가 희생을 감수한다면 이를 요구해온 비윤 중진들도 어려움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비윤 중진들이 기득권 없음 또는 진작 험지 출마 선언을 이유로 자신들은 인적 쇄신의 대상이 아닌 것처럼 거리를 두지만, 당 지도부에게 모든 위기의 책임을 돌리려는 비겁한 모습이라는 비판이다.
김정식 국민의힘 청년 대변인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이 처한 위기와 정치 퇴행은 당 지도부만의 책임으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며 “김기현 대표의 사퇴와 책임을 주장해온 안철수·하태경 의원들을 포함해 당 구성원 모두 책임으로부터 완벽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역 의원으로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많은 기득권을 누리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용단을 내리려고 준비하는 만큼 혁신을 주장하고 손가락질한 이들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기현 대표는 숙고 모드에 돌입해 이틀째 잠행 중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