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악재’ 위기 속 DGB금융, 차기 회장 선임 ‘안갯속’

‘겹악재’ 위기 속 DGB금융, 차기 회장 선임 ‘안갯속’

검찰, 김태오 회장에 징역 4년 구형…사법리스크 휘말려
이복현 원장 외부출신 ‘들러리’ 안돼 발언…회추위 고심↑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차질…연내 전환 힘들 듯

기사승인 2023-12-15 06:00:32
DGB금융 제공.

검찰이 뇌물 혐의로 입건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에게 4년의 징역형을 구형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발생했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의 시중은행의 전환이라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상황 속 리더십의 부재가 아프게 다가온 상황이다.

문제는 그룹을 이끌어나갈 차기 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작업마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외부 출신 후보’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숏리스트 선정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3일 대구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 결심 공판에서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82억원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대구은행 당시 글로벌본부장 등 3명에게도 3년6개월 이하의 징역과 각 82억원의 벌금을 구형했다.

김태오 회장와 3인은 지난 2020년 캄보디아 특수은행의 상업은행 인가를 위해 캄보디아 금융당국 공무원 등에 대한 로비자금 350만원을 현지 브로커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로비자금 마련을 위해 특수은행이 거래하던 현지 부동산 매매대금을 부풀린 혐의를 받아 기소됐다.

김 회장에 대한 검찰의 중형 구형으로 DGB금융이 진행중인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DGB금융은 내년 1월 초 회장 후보군 롱리스트(비공개)를 결정하고 2월 초 숏리스트를 발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2월 말엔 최종 후보자를 확정하고 회장 선출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김 회장의 임기 막판 사법리스크로 향후 전개는 예측이 어렵게 됐다.

현재 차기 회장으로 유력한 후보는 총 3인이 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을 비롯해 2018년 DGB금융 회장 최종 후보에 오른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이 있다. 당초 김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왔으며 두 후보와 달리 ‘내부 출신’인 황병우 은행장이 무난하게 선출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전망마저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으로 오리무중이 됐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2일 주요 금융지주사 이사회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DGB지주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외부 경쟁자가) 현 행장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에 있는 사람의 ‘들러리’를 서는 형태로 선임절차가 진행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DGB에서도 이해하고 있다”며 “향후 후보군 물색이나 절차에 충분히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차기 회장 선정 당시 회추위가 11월27일 숏리스트를 추리고 12월11일 최종 후보를 선정했음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는 회추위의 고민이 깊어진 것이 체감되는 상황이다.

회장 선출이 늦어질수록 DGB금융에겐 ‘악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DGB금융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인데, 올해를 보름 가량 남겨둔 지금까지도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김태오 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휘말린 가운데 차기 회장 선출도 늦어지면서 의사결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CEO 경영승계에 대한 내용이 있어 외부 후보군에 불리하지 않도록 원칙을 최대한 준수할 것”이라며 “외부 및 내부 후보가 결정되고 나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을 마무리하면서 경쟁 구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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