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서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204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섞인 메시지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17일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전략’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태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과거 50여년의 한국 경제 성장 요인을 분석하고 노동과 자본, 생산성(TFP)의 전망치를 바탕으로 2050년까지의 장기 성장률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경제는 197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6.4%씩 성장했는데, 이 중 자본 투입이 3.4%p, 노동 투입이 1.4%p, 총요소생산성(TFP)이 1.6%p씩 기여했다. TFP는 경제에서 요소 투입과 산출 간 관계의 효율성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주로 기술 진보(혁신) 효과를 의미한다.
10년 단위로 살펴보면 경제 성장률은 1970년대 8.7%에서 1980년대 9.5%로 최고치를 달성한 뒤 10년마다 2~2.5%p씩 하락했다. 특히 2010년대에는 2.7%로 낮아졌고, 코로나19 유행기였던 2020~2022년엔 2.1%로 더 떨어졌다. 과거 한국 경제 성장이 급속도로 축적된 자본에 힘입었다면 앞으로는 TFP의 기여가 중요해질 것이라는게 조 부원장의 예측이다.
이에 대해 조 부원장은 “고도 성장기인 1990년대에는 노동 투입 둔화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인 2000년대에는 자본 투자 부진이 성장률 하락을 주도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대에는 TFP 정체가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 부원장은 생산성 정도에 따른 경제성장률을 분석했다. 생산성 기여도가 자본 투입 기여도의 90%를 나타내면 경제 성장률이 2020년대 2.4%, 2030년대 0.9%, 2040년대 0.2%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반면, 생산성 기여도가 자본 투입 기여도의 30%로 저조하면 2020년대 2.1%, 2030년대 0.6%에 이어 2040년대 -0.1%로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성장이 둔화하는 동시에 인구도 감소하고 있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3만3472달러에서 2050년께 4만7000~5만2000달러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 부원장은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 과제로 △부단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신성장동력 확보 △광의의 무형자산 및 인적자본의 확충과 지식 축적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능력과 경제회복력 강화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조 부원장은 “수명이 긴 건설투자보다 상대적으로 수명이 짧은 설비나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이 성장에 대한 자본의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이라면서도 “인구 감소를 저지하지 못한다면 현재 국내 산업에서 어떤 산업을 남기고 어떤 산업을 해외로 보낼지 선택과 집중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도 산업은 꾸준히 변화할 것이며 이에 대응해 새로운 성장 산업의 기회를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