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일대 집중호우 때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 숨진 남매의 유가족이 서초구로부터 16억여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7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허준서 부장판사)는 숨진 남매의 유족이 지난해 서초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8일 오후 당시 49세인 누나 A씨와 46세 남동생 B씨는 서울 강남역과 양재역 사이 쏟아진 폭우로 차의 시동이 꺼지자 차를 두고 도로를 건너다 뚜껑이 열린 맨홀에 빠져 사망했다.
재판부는 맨홀 설치·관리 하자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만큼, 해당 도로의 관리청인 서초구가 피해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초구 측은 “맨홀 뚜껑이 열렸던 것은 ‘기록적 폭우’라는 천재지변 때문으로, 사고를 예측하거나 회피할 수 없었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고 장소 일대가 낮은 지대와 항아리 지형 등으로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됐고, 하수도에서 빗물이 역류해 맨홀 뚜껑이 열린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고 봤다. 맨홀 뚜껑이 예상치 못한 폭우 때문에 열렸다고 해도, 뚜껑이 열린 채 방치된 데에는 서초구 관리 책임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망인들은 사고 당시 폭우 심각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도로에 빗물이 가득 차 있던 만큼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A씨와 B씨의 과실을 20%로 판단해 배상액을 책정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