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손해보험사 전사에서 취합한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1.2%로 작년(118.9%)보다 상승했다. 실손보험은 질병 혹은 상해로 치료받을 때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실제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이다. 손해율이 100%가 넘는다는 건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 원인으로 보험사들은 비급여 항목 과잉진료를 꼽는다. 의료기관에서 가격과 횟수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과잉진료를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4개 보험사의 최근 5년간(2018~2022년) 주요 비급여 항목별 지급보험금을 보면, 지난해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 등 물리치료에 지급된 보험금은 1조6164억원으로, 2018년 대비 2배 이상(102.5%) 증가했다. 영양제 등 비급여주사제(암환자 제외)에 지급된 보험금은 2296억원으로 108.7% 늘어났다. 발달지연(548.5%), 여성형 유방증(492.2%), 재판매 가능 치료재료(390.6%) 등 항목은 특히 증가세가 가팔랐다.
‘여성형 유방증(여유증)’은 남성임에도 가슴 부위 지방이나 유선조직 발달로 여성처럼 가슴이 튀어나온 질병을 말한다. 보험사들이 실손 보상을 하지 않아 민원·분쟁이 자주 발생하자 금융감독원은 실손보험 표준 약관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월부터 여유증에 걸린 남성 환자가 지방흡입술을 받는 경우 실손보험 보장이 가능해졌다. 미용이 아닌 치료 목적으로 여유증 지방흡입술을 받을 경우에 한해서다. 개정 당시 금융당국은 “유방암의 유방재건술을 성형 목적으로 보지 않은 것처럼 여성형 유방증 수술 관련 지방흡입술도 원상회복 치료 목적으로 봐야한다”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여유증 수술과 관련한 보험사기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서울경찰청과 경남경찰청은 각각 서울 강남과 부산 서면 일대에서 여유증 수술 보험금을 허위로 타간 보험사기 조직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직은 병원과 브로커 조직, 위장 환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여유증 수술을 하지 않고도, 여유증 수술을 한 다른 사람의 사진을 도용하는 등 가짜 서류를 보험사에 보내 실손보험금과 수술비 정액담보 보험금을 허위로 타가는 수법을 활용했다.
전립선비대증 관련 지급 보험금도 늘어나면서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도 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상 남성의 절반 이상이 겪는다고 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202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전립선비대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약 135만명이나 됐다. 전립선 비대증은 전립선 결찰술 등의 치료를 받게 된다. 전립선 결찰술(유로리프트)은,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비대해진 전립선을 국소마취한 뒤 이식용 의료용 결찰사로 전립선 양쪽을 묶는 시술법이다.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실소연)에 따르면 최근 전립선 결찰술에 대한 보험금 거절 사례가 늘고 있다. 실소연 소비자고발센터에는 수술 후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사례 접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실소연은 지난 15일부터 전립선비대증 수술에 대해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공동소송인단 모집에 나섰다.
실소연 정경인 대표는 “백내장에 이어 전립선비대증까지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어 환자이자 보험가입자인 선량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백내장과 전립선비대증뿐만 아니라 향후 다른 질환 치료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피해자들이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