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변화는 많았지만…실속은 어디에 [2023 결산]

우리금융, 변화는 많았지만…실속은 어디에 [2023 결산]

임종룡 체제 출범…민영화 ‘종지부’·내부통제 강화 방점
‘상생금융’ 선도로 금융당국 관계회복…기업금융·해외법인 영업 방향 설정
포부는 컸지만 실적은 ‘역성장’…M&A 집중 선언에도 성과는 ‘아직’

기사승인 2023-12-29 06:00:02
우리금융 제공.

고금리 기조가 2023년에도 지속되면서 금융업권에도 많은 이슈들이 이어졌다. 특히 시중은행들이 역대급 이자수익을 갱신하면서 실적 향상을 이뤄온 한 해이자, 상생금융이라는 새로운 화두로 인해 고심이 많았던 시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하며 크고 작은 변화를 이뤄냈다. 또한 기업금융·해외법인 사업 확대를 천명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변화를 예고한 것과 반대로 ‘실속’ 만큼은 낙제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임종룡 체제 출범…민영화 ‘종지부’·내부통제 강화 방점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한 이후 2024년 2년차에 접어들게 된다. 

임종룡 회장과 우리금융과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과거 정부와 금융당국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구 우리은행의 지분 매각을 네 차례에 걸쳐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다섯번째 매각 시도를 성공한 것이 임종룡 회장이다. 당시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을 역임하며 우리은행의 민영화 방안 로드맵을 세웠고, 우리은행은 이를 바탕으로 2019년 지주체제로 다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또한 2021년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자리에서 내려오며 민영화에 성공했다.

이후 2023년 우리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잔여 지분 매각 협약을 체결하며 완전한 민영화를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시작과 끝’을 임 회장이 모두 주관하게 된 셈이다. 

취임과 함께 임 회장은 내부통제 강화 및 조직문화 개편을 최우선으로 진행했다. 지난 7월 우리금융은 실효성을 강화한 현장중심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주요 계열사의 CEO를 대거 교체함과 동시에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를 신임 은행장으로 임명하면서 그간 구 상업은행과 구 한일은행 출신으로 분류되는 우리금융 내 ‘파벌싸움’을 종식시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8일에는 조직개편도 끝내며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경영방침인 △전략 수립 △시너지 창출 △조직문화 혁신 등에 따라 이번 조직개편의 방향을 설정했으며, 조직 슬림화 지속과 함께 핀셋형 개편에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상생금융’ 선도로 금융당국 관계회복…기업금융·해외법인 영업 방향 설정도

내부 정리와 함께 임 회장은 금융당국과의 관계회복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임종룡 회장 취임 전 우리금융과 금융당국과의 관계는 좋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전임 손태승 회장의 연임 여부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거나, 지난 1월 금융위 대통령 업무 보고에도 우리금융은 초대받지 못할 만큼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같은 상황 속 임종룡 회장은 올해 초 ‘상생금융’이라는 금융당국의 의도에 맞춰 임기 시작 일주일만에 ‘상생금융 3대 원칙’을 발표하고 가장 먼저 동참했다. 가계대출 전 상품의 금리를 인하하고 소상공인에게 5000억원의 긴급 대출을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금융당국과의 관계회복을 시도했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은행 특화점포 개설식에 참석해 임 회장과의 스킨십을 이어가고,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개최한 5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도 임 회장이 자리에 함께하는 등 관계 개선에도 성공했다.

기업금융과 해외법인 실적 개선을 위한 로드맵 발표도 빠질 수 없다. 우리금융은 두 차례에 걸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업금융 명가 부활’과 ‘해외 법인 수익비중 25%’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포부는 컸지만 실적은 ‘역성장’…비은행 약점 여전해

이처럼 다양한 로드맵 제시 및 내부조직 개편을 진행한 우리금융이지만 실적에서만큼은 ‘낙제점’을 받게 됐다. 4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역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올해 전년 대비 9.8% 줄어든 2조9978억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3조 클럽 입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8.4% 줄어든 2조4380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금융지주 4위 자리도 위태롭다. NH농협금융이 3분기 당기순이익 2조450억원을 기록하며 우리금융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우리금융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우리은행의 실적 하락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8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줄었다. 우리금융에서 은행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93.9%)이 압도적이다 보니 우리은행에서 실적이 내려가면 우리금융 전체의 실적도 큰 폭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실적 부진은 임종룡 회장도 직접 아쉬움을 느꼈다고 소회를 밝힐 정도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우리금융 직원들에 자필 손편지를 통해 “신뢰 회복이라는 큰 목표를 갖고 기업문화 혁신, 기업금융 명가 부활, 상생금융 실천 등 어렵지만 해야만 했던 변화의 첫 발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다”며 “하지만 모든 게 좋을 수 없듯 실적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M&A 집중한다 선언했지만…성과는 ‘아직’

우리금융은 비은행강화를 천명하며 M&A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다. 특히 임 회장은 취임과 함께 증권·보험사 인수 의지를 꾸준히 드러내며 비은행계열사 확충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올해 우리금융의 M&A 성과는 대외적으로 전무하다. 그나마 우리금융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했지만 지난달 21일 인수가 최종 무산되면서 M&A 성적표가 초라하게 끝난 셈이다.

현재 우리금융의 로드맵(기업금융·해외법인 강화)를 위해선 캐시카우인 보험사나 증권사의 보유가 필수적이다. 특히 ‘기업투자금융(CIB)’사업 강화를 이뤄내려면 증권사의 보유 여부는 더 중요하다. 하지만 수협은행·OK금융 등 증권사 인수를 천명한 경쟁자들이 있는 상황이다 보니 2024년 증권사 M&A 성사는 한 층 더 험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금융에서는 M&A와 함께 보유 중인 비은행계열사 강화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종합금융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있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우리종금의 자기자본은 6739억원 규모에서 1조원대 규모로 껑충 뛰어오르며 중형급 증권사와 맞먹는 덩치를 가지게 된다. 또한 우리종금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인근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증권업계 안팎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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