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3.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이후 4분기부터 소비자물가는 3%대를 기록하며 한 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은에서는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11.59(2020=100)로 전년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한 물가상승률 3.3%보다 0.3%p 높은 수준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1년 4.0%를 찍은 후 2012년 2.2%, 2013년과 2014년 각각 1.3%를 기록했다. 메르스(MERS·중동 호흡기 증후군) 사태가 덮쳤던 2015년(0.7%) 이후에는 3년 연속 1%대를 유지했다.
2019년(0.4%)과 2020년(0.5%)에는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0%대 상승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지난 2021년에 2.5%로 오른 후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인 5.1%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3.3% 전망보다는 높지만 한국은행과 IMF 등의 수정 전망에는 부합한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로 상승폭 둔화세가 이어졌지만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은 후 올해 1월까지 7개월 연속 5%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서서히 둔화해 지난 7월(2.4%)에는 상승폭이 크게 줄었지만, 다시 3%대로 올라 8월(3.4%), 9월(3.7%), 10월(3.8%), 11월(3.3%), 12월(3.2%)까지 3%대를 유지했다.
같은날 한은은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소비자물가 전망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한은은 내년 중 소비자물가 및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각각 2%대 중반 및 2%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국내 물가는 수요측 물가압력 약화 등으로 추세적 둔화 흐름이 지속되겠으나,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가격 전가 등으로 둔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세계경제는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고금리 지속 영향으로 성장세가 약화되겠으며 유로지역은 실질소득 개선 등으로 성장세가 다소 회복되겠으나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란게 한은의 관측이다.
김웅 부총재보는 “12월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유가가 낮아지면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됐다”며 “근원물가는 외식과 상품을 중심으로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유가 및 농산물가격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