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CJ대한통운 상고시 가처분 신청”…업계 혼란 가중

택배노조 “CJ대한통운 상고시 가처분 신청”…업계 혼란 가중

기사승인 2024-01-25 18:12:24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민주노총이 연 기자회견에서 진경호 민주노총 전국택배노조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CJ대한통운은 단체교섭요구에 응하고 국회는 노조법 2ㆍ3조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CJ대한통운이 하도급 노동조합과의 교섭 의무를 두고 벌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택배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법원이 특수형태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원·하청 구조로 이뤄진 산업계에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3부는 전날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CJ대한통운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특수고용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거부를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반발한 CJ대한통운은 즉각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들과의 단체 교섭에 직접 응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상고 의지를 밝힌 상태다.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반한 무리한 법리 해석과 택배 산업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판결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이 송부되는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상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도 “전국 대리점의 존재를 부정당한 판결”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대리점 구성원은 사실상 다 소상공인인데 이번 판결에선 소상공인이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소상공인은 국가를 상대로 교섭을 해야 하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법원에선 이번 판결에 대한 파장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연합회 차원의 강력 대응을 준비 중에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택배기사들은 통상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택배업계는 판결이 확정되면 원청 택배사가 단체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노조가 교섭 결렬을 이유로 파업을 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대리점의 독립적 경영권이 침해되고 택배사는 하도급법 및 파견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택배노조 측은 CJ대한통운이 이번 판결을 수용하고 즉시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만일 CJ대한통운이 대법원에 상고하게 될 경우 즉시 ‘교섭응낙 가처분신청’에 나서겠다고 시사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작년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노조 주장의 타당성이 인정 받은 판결이 나온 것”이라며 “법원 판결에 따라 교섭을 요청할 거고, 교섭이 나오지 않으면 가처분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택배대리점연합의 강경 대응 조치와 관련해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진 위원장은 수십년의 법체계가 바뀌는 과정에 있다며 이번 판결이 유의미하다고 봤다. 그는 “기존 근로기준법에는 특수고용직이라는 개념 자체를 반영하지 못했는데 시대적, 역사적 흐름에 따라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고 화답했다. 한국노조는 논평을 내고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들의 노동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용자라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나아가 여당의 반대와 대통령 거부권으로 막힌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또다시 입증한 판결”이라고 했다.

경영계에서는 향후 원하청 교섭을 둘러싼 법적 분쟁으로 산업계가 몸살을 앓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논평에서 “대법원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기업은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단체교섭에서는 임금·근로조건이 의무적 교섭대상인 만큼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 자가 교섭 상대방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택배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앞서 중앙노동위원회는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제철, 한화오션 등의 유사 사건에서 모두 원청이 하청 노조와 교섭해야 할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단체교섭 의무로 확대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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