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과 정부의 ‘돈잔치’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들이 성과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임직원 복리후생 지원을 늘려 불만을 잠재우고자 하는 모양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이달 임금 단체협상을 마무리한 가운데 임금인상률를 지난해 3.0%에서 2.0%로 1.0%p 낮아졌다.
특히 성과급은 300%대에서 200%대로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통상임금의 2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2023년의 경우 통상임금 280%에 더해 현금 340만원까지 얹어준 바 있다.
신한은행은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361%(우리사주 61%)에서 281%(우리사주 51%)로 줄였으며, 하나은행도 성과급을 기본급의 350%에서 280% 수준으로 낮췄다.
NH농협은행도 통상임금의 400%와 현금 200만원으로 줬던 성과급을 통상임금의 200%와 현금 300만원으로 축소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성과급을 기본급의 180%대로 잠정 합의했다. 세부안은 미정이지만 전년(기본급의 292.6%)보다 크게 낮아진 셈이다.
다만 은행들은 임금인상률과 성과급을 줄이면서도 결혼지원금, 출산 경조금 등 복리후생제도는 개선했다. 내부 직원들의 불만을 고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은 둘째 출산지원금을 8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셋째 이상은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다. 또한 미취학 자녀 교육비도 매월 2~5만원씩 올렸다.
하나은행은 만 35세 이상 미혼 직원에게 결혼장려금 100만원을 준다. 둘째까지 80만원씩 주던 출산 경조금은 최소 100만원에서 넷째는 400만원까지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사원 연금제도에 대한 회사 지원금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두배 올렸다.
신한은행은 우리사주 의무 매입을 없앴으며, NH농협은행은 장기 근속자를 위한 안식휴가를 늘리고 2시간짜리 '반의 반차'를 신설하며 복지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은 금융당국에서 지적받은 희망퇴직금 규모도 줄였다. 희망퇴직에 따른 특별퇴직금을 월 평균 임금의 24~36개월치에서 24~31개월치로 줄였다. 희망퇴직 조건이 악화하면서 희망퇴직 신청도 함께 준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의 이어지는 성과급 하향 조치는 고금리로 기업과 취약차주의 이자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은행원들은 퇴직금과 성과급으로 돈 잔치를 벌인다는 비난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3282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0조759억원)보다 12.4% 증가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도 약 28조6920억원으로 역시 전년 동기(약 26조3804억원)보다 8.8% 늘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