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악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가는 정반대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결산배당과 함께 분기배당까지 연이어 받을 수 있는 ‘더블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다만 상생금융으로 인한 실적 타격을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등 위험이 여전히 상존하다 보니 배당 규모가 전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는 31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신한금융은 2월8일을 실적발표일로 공시했고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월 둘째 주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실적 전망치는 지난 2022년보다 좋지 않다. 금융정보 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년(4조6423억원) 대비 3.20% 줄어든 4조4938억원으로 실적이 소폭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은 전년(3조5524억원) 대비 0.15% 늘어난 3조5578억원으로 보합세를, 증권·보험계열사를 보유하지 못한 우리금융의 경우는 11.98% 감소한 2조7652억원으로 뚜렷한 감소세를 그릴 것이란 예상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KB금융지주가 전년(4조3948억원) 대비 10.81% 증가한 4조8698억원을 시현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이는 업계 선두인 13.7%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튼튼한 기초체력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적하락은 상생금융 관련 부담, 태영건설 관련 손실인식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이 4분기에만 상생금융 관련 부담(1조4000억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른 충당금 설정(3100억원) 등으로 약 1조7000억원의 비용을 인식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실적하락 예상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9일 증권시장에서 주요 은행지주, 보험, 증권주들은 일제히 상승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전거래일 대비 3.46% 올랐고 KB금융도 3.35% 상승했다. 신한지주와 우리금융도 각각 1.76%, 2.67% 올라간 채 거래를 마쳤다. 이날을 포함해 지난 한 주(1월22일~ 29일) 사이 하나금융, KB금융 등은 12% 넘게 상승했으며, 신한지주, 우리금융도 각각 10%, 7%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금융지주들에 대한 배당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특히 앞서 투자자가 배당금을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가 결산배당 기준일을 연말에서 ‘배당금 확정 이후’로 바꿨다. 이에 따라 결산배당에만 정부 방침이 먼저 적용되면서 ‘작년 결산배당’과 ‘올해 1분기 배당’ 기준일 시기가 겹치는 현상인 ‘더블 배당’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다.
반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과 금융당국의 자본확충 요구는 금융지주들이 배당금을 결정하는 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임원회의에서 “단기 성과에 치중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 인식을 회피하면서 남는 재원을 배당·성과급으로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23년 4분기 실적의 컨센서스 하회에도 각 사는 주주환원율 상향을 통해 주주환원 컨센서스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분기 실적보다 주주환원이 더 큰 만큼 주가는 실적 실망보다 주주환원 기대가 더 크게 반영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도 “은행 순이익 감소로 배당이 축소될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2023년 순이익이 전년대비 크게 줄어드는 우리금융을 제외하고는 주당배당금(DPS) 감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