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상반기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판매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으로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고 설비투자는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 영향 등으로 12월 산업생산은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소매판매가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등 내수 부진은 계속되는 모습이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산업생산 지수는 110.9로 전년보다 0.7% 증가했다.
산업생산지수는 2021년 5.3% 증가한 이후로 3년째 증가세를 유지했다.
산업생산 증가는 서비스업이 견인했다. 지난해 서비스업은 도소매 등에서 줄었지만 금융·보험, 운수·창고 등에서 늘어 2.9%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은 3.8% 감소했다.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제조업 생산이 3.9% 줄며 1998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생산은 5.3% 줄며 2001년(-15.3%)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0.2%) 판매는 늘었지만 비내구재(-1.8%), 준내구재(-2.6%)가 줄어 전년보다 1.4% 감소했다. 2003년(-3.2%) 이후 최대 폭 감소다. 전년(-0.3%)에 이어 2년째 감소세가 이어졌다. 소비가 지난 2년간 좋지 않았고, 금리나 환율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는 기계류(-7.2%),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에서 줄어 5.5% 감소했다. 2019년(-5.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건설기성(불변)은 건축·토목 등 공사실적이 늘면서 7.7% 증가했다. 건설 경기의 향후 흐름을 보여주는 건설수주(경상)는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19.1%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실적을 보면 산업생산은 광공업·서비스업에서 모두 증가해 전달보다 0.3% 늘었다. 전달(0.8%)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다.
광공업은 0.6% 증가했다. 반도체(8.5%)·자동차(4.7%) 생산 증가로 제조업 생산이 0.6% 늘어난 영향이다.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재고율)은 107.7%로 전달보다 8.6%포인트(p) 하락했다.
소매판매는 내구재·준내구재에서 모두 줄어 전월 대비 0.8% 감소했다. 11월 일부 증가(0.9%)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자동차 등 운송장비(-3.2%)가 줄었지만, 기계류(8.9%)가 늘면서 5.5% 늘었다.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2.7% 줄었고 건설 수주는 1년 전보다 34.9% 증가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3포p 하락했고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1p 상승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