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는 포스텍(POSTECH)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팀과 공동연구로 탄소중립 이후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 패턴을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예측했다고 2일 밝혔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인간 활동에 의해 더 이상 증가하지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동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다시 표층으로 방출되면서 특정 기후변화 패턴을 만들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KISTI 슈퍼컴퓨터 ‘누리온’으로 지구시스템 모델의 심해에 가상으로 열을 추가하는 대규모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이를 위해 공동연구팀은 누리온에서 최대 3만 4,000개의 CPU(중앙처리장치) 코어를 3개월간 사용했다. 누리온 CPU 3만 4,000개는 1초당 1,600조 번을 연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공동연구팀은 심해에 축적된 열이 탄소중립 이후 다시 방출되면서 탈탄소화에 의한 기후 회복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연직 안정도가 낮은 해양에서 열이 효과적으로 방출돼 특정 기후변화 패턴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양의 늦은 반격으로 탈탄소화 정책에 의한 기후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음을 나타낸다.
또 이번 연구결과 탄소중립 이후 해양의 늦은 반격으로 고위도 해양에서 열이 효과적으로 방출되면서 온도 상승이 두드러지고, 적도 용승이 존재하는 태평양 적도에는 엘니뇨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아울러 지구 자오면 순환의 시작점인 열대수렴대(ITCZ)가 남하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해양의 늦은 반격으로 여름철 강수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할 전망이 도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가 깊은 바다에 담겨 오랜 기간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시뮬레이션은 공동연구팀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것으로, 이를 위해 복잡한 지구시스템 모델에서 수백 년에 이르는 기간을 적분, 대기 해양, 지면, 해빙의 복잡한 역학과 각 요소 간 상호작용을 풀어낸 것으로, 초고성능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가능하다.
정민중 KISTI 정민중 슈퍼컴퓨팅응용센터장은 “향후 5호기 대비 23배 높은 성능의 6호기가 도입되면 더욱 복잡한 역학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으로 더 보다 정밀한 기후변화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