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데이즈’ 윤여정 “타고나지 않아 지금까지 왔죠”

‘도그데이즈’ 윤여정 “타고나지 않아 지금까지 왔죠”

기사승인 2024-02-10 06:00:08
배우 윤여정. CJ ENM 

몇 년간 윤여정은 이변의 아이콘이었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휩쓸며 상을 탔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와 애플tv 시리즈 ‘파친코’를 통해서다. 2021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배우로서 새로운 장을 연 그가 택한 차기작이 7일 개봉한 영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다. 그의 선택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지만 정작 당사자의 말은 명쾌했다. “입봉하면 도와주기로 해서죠. 19년 만에 연출을 맡는데 도와줘야 하지 않겠어요?” 지난달 26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이 내놓은 답이다.

이날 만난 윤여정은 “그동안 인터뷰를 피했다”고 운을 뗐다. 힘에 부쳐 휴식이 필요했단다. 상을 탄 이후 물밀 듯 시나리오가 쏟아져도 그에겐 쉼이 우선이었다. 수상 이후 주인공 역할부터 여러 제안이 들어왔지만 관심이 고깝게만 느껴졌다. “상 하나 받았다고 등급이 높아진 것 같아 더더욱 나대로 살고자” 했단다. 그랬던 윤여정이 뛰어든 작품은 ‘도그데이즈’. 과거 김덕민 감독이 조연출 생활을 하던 당시부터 인연을 맺은 터라 전우애가 가득했다. 그의 입봉이 성사되자 곧장 출연을 결정한 이유다. 

윤여정이 출연한 ‘도그데이즈’ 스틸컷. CJ ENM

윤여정은 ‘도그데이즈’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민서 역을 맡았다. 화려한 삶 속 민서의 하루하루는 공백투성이다. 의지할 건 오로지 반려견뿐. 그러다 반려견을 잃어버리며 배달원 진우(탕준상)와 얽히고 그와 조금씩 정을 나눈다. 민서는 윤여정을 그대로 담아낸 캐릭터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캐릭터 이름이 윤여정이었단다. 자신만을 위해 마련된 판에서 윤여정은 언제나처럼 물 흐르듯 연기한다. 손자뻘인 탕준상과 긴 시간 호흡을 맞췄다. 그는 “민서는 상투적인 역할”이라고 하면서도 “이렇게 어린 배우와 함께한 건 처음이라 세월이 느껴지더라”고 돌아봤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꾸준히 작품을 해왔던 윤여정. 반 세기 전부터 배우로 살아온 그에겐 여러 고락이 있었다. 인생의 사건사고를 넘어 배우로서도 열등의식이 있었다. 연기를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어서다. “남들처럼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었던지라 빨리 시집이나 가야지 했는데, 다들 알다시피 인생이 뜻대로 안 풀렸어요. 그래서 다시 배우로 살게 됐을 땐 감사함만이 가득했죠. 회사 임원이었어봐요. 10년 공백 가진 사람을 다시 불러주기 만무하잖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못하는 걸 아니까 더 잘하려 했죠.”

윤여정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자존감이다. 살아갈 때나 연기할 때나 스스로를 향한 존엄을 갖추려 한다. 그는 “친절과 비굴은 다르다. 난 비굴하지 않게 살고 싶다. 이게 바로 내가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힘줘 말했다. 자존감과 함께 그의 인생을 이루는 주요 요소는 연기다.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에 더 열심히 연기”해 지금까지 왔다. 윤여정은 “삶에 지름길은 없다. 재주는 잠깐 빛날 수 있어도 열심히 해야 유지가 된다”면서 “마지막까지 연기자로 살기 위해 지금껏 그랬듯 계속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윤여정. CJ EN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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