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용(55)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다.
유·무죄 판단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항소심으로 이어지면서 이 회장이 당분간 사법 리스크를 벗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8일 법조계는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불복, 사실오인·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검찰 관계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의한 그룹 지배권 승계 목적과 경위, 회계 부정과 부정거래 행위에 대한 증거 판단, 사실인정 및 법리 판단에 관해 1심 판결과 견해차가 크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특히 “앞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점이 다수 있어 사실인정 및 법령해석의 통일을 기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 항소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승계 목적 합병’을 인정했음에도 1심이 이에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아울러 검찰은 2019년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 서버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문자메시지 등이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것도 항소심에서 다시 판단받겠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최소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이에 앞서 2020년 6월 이 회장의 신청으로 소집된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 중단·불기소를 권고했으나 검찰은 죄책을 물을 필요가 있다며 기소를 이어갔다.
기소 3년 5개월 만인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 회장의 19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회사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 및 지배력 강화만을 유일한 목적으로 삼아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봤다.
무죄 선고 이후 업계를 중심으로 ‘무리한 기소로 무죄라는 결과가 나온 만큼 검찰이 기계적 항소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내부적으로 1심 판단에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는 만큼 2심 판단을 다시 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1심 판결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심리가 진행된 만큼, 항소심에서는 공판준비기일부터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