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시술 공부”…의사 대신 투입된 간호 현장 혼란

“유튜브로 시술 공부”…의사 대신 투입된 간호 현장 혼란

기사승인 2024-02-28 18:47:58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가시화하며 정부가 군병원 12곳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한 지난 20일 오후 의료진들이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민간인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호사도 의사 역할 일부를 대신할 수 있는 시범사업을 추진하자, 의료 현장에선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28일 성명서를 내고 “사실상 업무를 거부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어떤 간호사는 유튜브를 보며 시술 장면을 미리 공부하는 사례까지 제보되고 있다”면서 “현장은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한시적으로 실시했다. 전국 수련병원장이 간호사 숙련도와 자격 등에 따라 업무 범위를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호사에게 금지된 5가지 의료 행위를 제외하고, 의사 업무 일부를 합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민·형사적, 행정적 책임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시범사업이 실시된 후 현장에선 간호사들이 배우지 않은 업무까지 떠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지침이 현장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며 “PA(진료지원인력) 간호사가 기존에 해오던 범위를 벗어난 의사 업무가 대폭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동의서, 각종 검사 동의서, 체외충격파 쇄석술, 분만진행, 분만실 시술, 마취과 수술의뢰와 복합질환 타과 의뢰서 작성 등의 의사 ID 이용, 중심정맥관 삽입과 제거 등 사실상 환자 곁을 빠져나간 전공의를 대체하기 위해 PA 업무를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제보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공의 빈자리로 인한 간호사들의 업무 과부하도 문제다. 노조는 “빠져나간 전공의를 대신해야 하는 PA 간호사의 업무는 크게 폭증돼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이들의 업무 폭증으로 인한 과로는 필연적으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도 지난 27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 업무거부에 대한 대책으로 PA 간호사에 대한 법적 보호도 없이 불법, 편법 의료에 동원하고 있다”면서 “병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에게는 너무나 폭력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부 발표대로 일개 병원장 마음대로 간호사 업무를 규정하게 할 경우 이후 발생하는 의료사고와 의료 및 간호서비스 질 저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의사집단 행동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보건의료를 개인에게 넘기는 염치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환자들도 불안에 떨긴 마찬가지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최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PA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것이 제대로 된 대책인가”라며 “환자 입장에선 걱정될 수밖에 없는 방안”이라고 털어놨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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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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