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과 대학을 떠난 전공의와 의대생 약 3명 중 1명은 전공의 수련을 포기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현장에 복귀하고 대화 테이블에 앉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으로는 90% 이상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꼽았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씨는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젊은의사(전공의·의대생) 동향 온라인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전공의와 의대생 총 3만1122명(전공의 1만2774명·의대생 1만8348명) 중 1581명이 응답했다. 조사기간은 3월29일부터 4월1일까지로 나흘간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581명 중 96%(1518명)가 ‘한국의 의료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를 묻는 질문에 “감축 혹은 유지”라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64%(1014명)는 “감축해야 한다”, 32%(504명)는 “기존 정원인 3058명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4%(63명)는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사직·휴학 과정에서 동료나 선배로부터 압력·협박이 있습니까’라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99%(1566명)가 “아니오”라고 밝혔다.
‘전공의 수련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조건’(복수응답)에 대해선 93%가 ‘의대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백지화’를 꼽았다. 이어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의 순이었다.
차후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4%(531명)가 “없다”고 전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정부와 여론이 의사 직종을 악마화 하는 것에 환멸이 생겼기 때문’(87.4)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구조적인 해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 ‘심신이 지쳐서 쉬고 싶기 때문’(41.1%) 등이 뒤따랐다.
류씨는 지난 1일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를 만나 의료공백 사태에 관한 의견을 나눈 사실을 전하며 “아급성 환자들이 지금 상황에서 가장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씨는 “1~3개월 단위에서 암이 진행되거나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 분들은 진료가 연기되는 것에 직접적인 불편함을 겪고, 불투명한 미래로 인한 불안에 떠셨다”며 “보호자분들도 발만 동동 구를 뿐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내로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CTP)를 시작한다. 진단·진료 지연에 따른 위험도를 함께 평가해서 각 환자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안을 찾고자 한다”며 “병원, 교수, 개원의와 연계해 환자분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으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선 “대통령님은 어제 담화에서 비과학적이고 일방적인 2000명 증원을 고수하겠다고 했다”며 “슬프게도 ‘젊은 의사 동향 조사’가 보여주듯 현실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공의와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