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오너 일가 경영권 분쟁의 일환이었던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가 항고심에서도 기각됐다.
11일 연합뉴스·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1부(조영호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에 대해 청구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의 항고심을 기각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지주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현 한국앤컴퍼니) 주식 전부를 차남 조현범 회장(당시 사장)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자 “아버지의 결정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성년후견은 노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지난 2022년 4월 당시 1심은 조 이사장 청구를 기각했고, 조 이사장 측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다.
항고심에서는 조 명예회장에 대한 정밀 정신감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고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서울보라매병원에 정신감정 촉탁서를 발송했고, 병원은 지난해 11월 조 명예회장에 대한 감정 결과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앞서 1심에서는 조 명예회장에 대한 정신감정 촉탁 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들이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감정을 진행할 수 없다’고 회신해 무산된 바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이날 기각에 대해 “조 명예회장은 건강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조 이사장 측은 조만간 이 사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가 기각되면서 조 명예회장의 자녀들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식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현재 조현범 회장은 한국앤컴퍼니 최대주주로서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 조현식(18.93%) 고문과 조 이사장 및 남편(0.81%, 0.01%), 차녀 조희원(10.61%) 씨의 지분을 모두 합해도 조 회장과 차이가 있다.
조 고문과 조 이사장, 조 씨 등 조 회장을 제외한 한국타이어가 4남매 중 3명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반(反) 조현범 연대’를 구성해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실패에 그치기도 했다.
당시 조 명예회장은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을 연달아 추가 매입하며 조 회장을 지원했다. 자신이 후계자로 점찍은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도록 도운 셈이다.
조 명예회장은 앞서 경영권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진 데 대해 “딸에게 경영권을 주겠다는 생각은 단 한 순간도 해 본 적이 없으며, 딸은 경영에 관여해 본 적이 없다”면서 “재단에 뜻이 있다면 이미 증여 받은 본인 돈으로 하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