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의대증원이 의료개혁’ 발언, 의료계 “사태 외면”

이재명 ‘의대증원이 의료개혁’ 발언, 의료계 “사태 외면”

기사승인 2024-04-29 21:05:49
윤석열 대통령과 영수회담 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의료계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두 발언 공개 후 “괜한 기대였다”, “달라진 게 없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으로 의대증원 문제가 해결될수도 있다는 데 희망을 걸었던 까닭이다.

이 대표는 29일 윤 대통령과의 첫 영수회담에서 A4용지 10장에 분량 원고를 읽으며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이 중엔 의대증원에 대한 의정 갈등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며 “그런데 의정 갈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어서 꼬인 매듭을 서둘러 풀어야 될 것 같다. 두 달째 이어진 의정 갈등 때문에 의료현장이 혼란을 겪고 우리 국민들께서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서 대화와 조정을 통한 신속한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하다”며 “다행히 정부도 이미 증원 규모에 대해서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 특위’를 언급하면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며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실망감을 내비쳤다. 쌓여가는 의정 갈등이 영수회담으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의료계도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 대표의 모두발언 첫 문장인 “대통령께서 결단하셔서 시작한 의료 개혁 정말로 중요한 국가적 과제이다”부터 잘못됐다는 반응이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어떻게 ‘의대 정원 확대가 의료 개혁’이라고 착각을 하는지 답답하다”며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사증가율 1위에, OECD 인구당 병상률도 상위다. 하지만 정치권도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직한 지 두 달이 넘은 전공의 류옥하다 씨는 “정치권이 의대 증원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의료개혁의 목적이 필수·지역의료 살리기라면 의대 증원은 그 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료계는 의대 증원과 관련해 원점 재검토를 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은 “‘증원 백지화’ 없이는 어떠한 협상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영수회담에선 의료계의 주장과 현장 문제점 등이 다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일단은 전공의·의대생 복귀, 대학병원 정상화시키는 방안이 영수회담에서 다루어졌어야 했지만 이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질책했다.

또 다른 의대 교수는 “이 대표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라는 원칙에 입각한 대화와 조정을 말했는데 너무나 추상적이고 이 사태를 마주하지 않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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