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철강업계…엔저 공습까지 ‘설상가상’

보릿고개 넘는 철강업계…엔저 공습까지 ‘설상가상’

- 포스코·현대제철 1분기 영업익 감소
- 저가 공습, 엔저 심화로 올해도 지속
- 가격 주도권 잃어 후판 협상도 난항

기사승인 2024-05-02 16:48:16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 전경. 연합뉴스 

1분기 보릿고개를 넘은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엔저(엔화가치 하락) 현상 심화 등으로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2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8조520억원, 영업이익 58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9%, 17.3%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철강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조원을 넘긴 이후 지속 하락해 올 1분기 3000억원대를 기록했다.

현대제철 역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9478억원, 영업이익 5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6.9% 감소, 영업이익은 83.3% 감소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값싼 중국·일본산 철강재의 유입으로 지난해부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과 일본산 철강재 수입은 각각 873만톤, 561만톤으로 전년보다 29.2%, 3.1% 증가했다. 한국의 전체 수입 철강재 중 중국·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92%에 달한다.

중국산 제품의 대거 유입으로 국내산 열연강판(SS275 기준) 가격은 최근 톤당 70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수입산 열연강판은 국내산 대비 5~10% 낮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가운데 엔화 가치마저 최근 크게 떨어지고 있어 일본 철강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5.9% 오른 반면, 엔/달러 환율은 12.4%나 올랐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이 원화보다 컸다는 의미다.

지난달 29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선 엔/달러 환율이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60엔을 넘기기도 했다.

통상 엔저 심화는 한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특히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정통 제조업종에 큰 영향을 준다. 한국과 일본이 제조업 중심의 유사한 수출 구조를 갖고 있어 환율 차이가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수입되는 철강재 비중도 크게 늘어난 상태”라며 “이미 좋지 않았던 시황에 엔저 심화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수입산의 저가 공습에 현재 진행 중인 상반기 조선용 후판(두께 6mm 이상 철판) 가격 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실적 부진과 전기료·인건비 등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조선업계는 원재료인 철광석 시세가 하락한 점을 근거로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22년까지 360만톤 수준이었던 국내산 조선용 후판 판매량이 지난해 330만톤으로 줄고, 대신 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2022년 81만톤에서 지난해 130만톤으로 크게 증가하는 등 국내 철강업계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상은 장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가 측면에서 가격을 인상해야 하지만 수입산 후판 가격이 매우 낮은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의 수익성과 장기적인 고객 관계를 고려해 협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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