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근종 치료법인 ‘하이푸 시술(고강도 초음파 집속술)’을 전문으로 시행하는 산부인과 병원이 사라지고 있다. 하이푸 시술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보험사들의 담합과 일부 의료인의 일탈이 있다고 말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환자가 자신에게 맞는 적정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증 제도를 통한 엄격한 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문적인 하이푸 시술이 가능한 산부인과 병원은 전국 20여곳에 불과하다. 3년 전 80여곳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로, 정부가 비급여 진료 관리 강화에 고삐를 쥐고 있어 하이푸 시술 병원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하이푸 시술은 돋보기로 태양열을 모아 종이를 태우듯이 인체에 무해한 고강도 초음파를 종양에 집중 조사해 괴사시키는 치료법으로,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 없이도 자궁근종을 제거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하이푸 시술은 지난 2013년 정부가 신의료기술로 지정한 뒤 2015년부터 비급여 의료 행위로 인정받았다. 이후 의학적 근거가 쌓이면서 2016년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치료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는데, 2021년부터 보험업계의 압박이 거세졌다. 하이푸 시술이 실손보험 적용을 받으며 산부인과 개원가를 중심으로 성행하자 보험사들은 관련 보험금 청구를 거절하거나, 사전에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며 환자의 시술 자체를 막았다. 이로 인해 의사들은 하나둘 하이푸 시술을 포기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당한 환자들은 피해자 모임을 구성해 보험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학회는 갱년기 여성을 포함해 더 많은 환자가 실손보험 혜택 안에서 하이푸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2월14일 진료지침을 개정했지만 보험업계의 제지는 계속됐다. 정부도 힘을 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차례로 발표하고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 항목을 퇴출하는 등 실손보험과 비급여 관리를 강화한단 방침을 세웠다. 과다한 실손보험금 지급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필수의료 분야 의료 인력 유출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하이푸 시술 병원들은 억울하단 입장이다. 하이푸 시술이 꼭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실손보험이 과다 청구된다고 보험금 지급을 옥죄는 것은 자칫 환자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단 지적이다. 정난희 트리니티여성의원 원장은 “산부인과가 아닌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시술이 이뤄지는 걸 관리해야지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병원까지 규제하는 것은 또 다른 환자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푸 시술 기기를 이용한 의료 행위가 산부인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도 이뤄지고 있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병원별로 천차만별인 하이푸 시술 금액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복지부의 ‘2023년 비급여 진료비용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하이푸 시술 최고가는 550만원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최근 3년간 가격 변화가 거의 없는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2021년 1600만원에서 2023년 1.5배 오른 2500만원이다.
정 원장은 “하이푸 시술이 산부인과 병원에서 알맞게 쓰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며 “하이푸 시술기를 미용성형 분야에 접목시켜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치는 병원을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이푸 시술이 보험사기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학회가 진료 가이드라인을 꾸준히 개선하고, 표준화된 진료지침을 준수하며 시행하는 병원은 인증을 부여해 환자들이 마음 놓고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병원들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하이푸 시술은 적정 온도를 초과해 무리하게 시행하면 다른 신경이나 장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만큼 환자와 의료진이 치료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 성영모 강남여성병원 원장(대한하이푸연구회장)은 하이푸 시술 인증 제도가 정착되려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 원장은 “하이푸 시술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회를 만들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술 방법을 연구하는 등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이 적정 금액을 받고 양심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자정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