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바둑 랭킹 1위 최정 9단이 이번 2024 시즌 여자바둑리그 불참을 선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최 9단은 “육체 및 정신 건강이 좋지 않아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2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자 최강자 최정 9단이 올해 여자바둑리그에 참가하지 않는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참가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면서 “최정 9단은 이번 시즌 여자바둑리그에 불참했다”고 말했다.
최 9단은 여자바둑리그 원년 시즌인 2015년 서울 부광탁스 주장으로 첫 출전한 이후 2023년 보령 머드에 이르기까지 9시즌 동안 활약한 여자 바둑계 간판스타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8승4패, 66.67% 승률로 개인순위 3위에 오른 바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바둑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이현욱 9단에 의해 바둑 팬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지난해 여자바둑리그에서 여수세계섬박람회 감독을 맡았던 이현욱 9단은 “최정 선수는 올해 여자바둑리그에 불참했다”면서 “이미 공표가 된 상태고 확정됐기 때문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린다”고 생방송에서 언급했다.
이 사실을 접한 바둑 팬들은 저마다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모 기업에서 싫어하겠다”고 여자바둑리그 흥행을 우려하는 반응에서부터 “여자리그도 불참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최 9단은 바둑리그 ‘홍일점’으로 매년 활약해왔으나 지난 2023-2024 KB국민은행 바둑리그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한 바둑 팬은 “올해 최정이 14판(9승5패) 두고 1억원을 벌었다”면서 “판당 100만원을 받는 여자바둑리그에 나올 이유가 없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여자바둑리그는 매 라운드 승자에게 130만원, 패자에게 40만원을 지급한다. 우승상금은 5500만원, 준우승상금은 3500만원이며 이 금액은 4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나눠야 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정이 불참하면 김은지부터 줄줄이 불참할텐데. 돈 안 된다고” 언급한 글에 동조하는 여론이 일었다. 김은지 9단은 제7기 해성 여자기성전 결승에서 최정 9단을 꺾고 우승하면서 차기 여자 바둑 일인자로 촉망받는 기사다.
한편 한국기원의 움직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팬들은 “한국기원은 가만히 있냐”고 반문하면서 대응을 기다리는 상황인데, 이는 2009년 이세돌 9단의 바둑리그 불참으로 촉발된 ‘휴직’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 9단은 ‘한국바둑리그 불참과 휴직선언’에 대한 심경을 밝히는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이 9단은 바둑리그 불참을 빌미로 징계를 시도하려는 한국기원과 마찰을 빚다 사상 초유의 랭킹 1위 ‘휴직’ 파동까지 이어진 바 있다.
한편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한국여자바둑리그는 오는 7월 개막을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이 후원하는 바둑리그 시청률이 급감한 이후 여자리그는 바둑리그 시청률을 상회하는 등 인기를 구가해왔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