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실손보험 개혁’ 목소리…“필수의료 살리는 방법”

높아지는 ‘실손보험 개혁’ 목소리…“필수의료 살리는 방법”

정부 “보장 범위 합리화하는 형태로 개혁”
5대 손보사, 의원 지급 비급여 비용 4년 새 80% 증가
“비급여 진료에 몰두하는 의사도 반성해야”

기사승인 2024-05-29 14:56:05
3월1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와 실손의료보험 청구가 필수의료 악화에 영향을 줬다며 엄격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9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비급여 진료와 실손보험 팽창 문제를 짚으며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실손보험이 전 국민에게 확대된 상황에서 비급여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면 순기능이 있지만, 현 비급여 시장은 과도하게 팽창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에게 과잉 진료를 유발할 수 있는 비급여 시장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하고,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를 합리화하는 형태로 개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료진의 필수의료 공정 보상과 국민의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해 비급여 관리와 실손보험 개선방안을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논의하고 있다. 복지부는 주기적인 의료기술 재평가를 토대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비급여의 사용 제한을 검토하고, 금융당국이 실손보험의 상품구조와 관리체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협업할 예정이다.

강 과장은 “의료개혁 논의는 이해 갈등 속에서 20여년 넘게 지체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임계점에 놓였다”라며 “지금이 개혁의 적기이자 마지막 기회다. 대한민국 의료 정상화와 국민, 의료계, 정부 간 신뢰 구축을 위해 대화와 개혁을 할 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도 실손보험 팽창에 따른 의료 과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임재준 서울대병원 공공부원장은 “정부가 방치한 사이 실손보험을 기반으로 의사와 환자가 함께 만들어낸 거대한 비급여 시장이 필수의료 위기의 근본 원인이 됐다”라며 “실손보험으로 인한 의료 과소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공공부원장에 따르면 5대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실손보험을 통해 의원에 지급한 비급여 비용은 2018년 1조2000억원에서 2022년 2조2000억원으로 80% 이상 증가했다.

임 공공부원장은 “의사들은 힘든 데다 사법적 리스크까지 있는 필수의료를 떠나서 편하고 수입이 좋은 비급여 진료를 선택하게 됐다. 지나치게 비급여 진료에만 몰두하는 일부 의사들도 분명히 반성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가 바로 서기 위해선 꼭 필요하지 않은 진료는 자제해야 한다. 실손보험이 국민들의 과도한 병원 진료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지역·필수의료가 강화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실손보험으로 인한 의료 과소비를 개선해야 한다”며 “실손보험의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야말로 필수의료를 살리는 방법이다”라고 피력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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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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