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있는데”…식용색소 의무 표시 ‘구멍’

“알레르기 있는데”…식용색소 의무 표시 ‘구멍’

기사승인 2024-06-02 06:05:01
알레르기 검사를 하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이지연(가명·38세)씨는 고구마 페이스트, 젤리, 오렌지 음료 등 노란색을 띄는 식품을 먹고 난 뒤 얼굴에 발진이 생겨 당황스러웠다. 알레르기 검사도 받아봤지만 특별한 이상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어 대학병원을 찾은 이씨는 자신에게 ‘황색 색소’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씨는 “식용 색소는 식품 정보에서 확인하기 어려워 일단 노란색 식품은 무조건 피하고 있다”며 “음식을 먹고 예상치 못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까봐 두려울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음식에 색을 입히기 위해 활용하는 착색료(식용 색소)는 심각한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국내 식품 의무 표시 기준에는 포함되지 않아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1일 쿠키뉴스 취재에 따르면 미국, 유럽 등은 식품에 특정 식용 색소를 쓰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부 식용 색소가 알레르기, 암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식용 색소 중 적색 2호를 발암성 성분으로 판단해 식품에 첨가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 황색 4호와 5호는 알레르기와 천식, 체중 감소, 설사 등을 일으키는 인공 색소로 분류해 이들 색소를 넣을 경우 제품에 사용상 주의사항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했다. 유럽연합(EU)도 알레르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황색 4호와 행동과다증 위험이 있는 청색 1호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식품에 쓰는 식용 색소에 대한 규제가 미비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 등 표시 기준’에 의거해 처리·제조·가공 과정에서 들어간 원재료의 이름을 사용량 순에 따라 제품에 표시하도록 했다. 순서에서 밀린, 즉 소량 사용한 식용 색소는 식품 정보에 담지 않아도 된다. 

‘알레르기 유발’ 문구를 표기해야 하는 대상에서도 제외돼 있다. 식약처가 제시한 알레르기 유발 식품으론 알류(가금류만 해당),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아황산류, 호두, 닭고기, 쇠고기, 오징어, 조개류(굴, 전복, 홍합 포함), 잣이 있다. 이들 재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식품 정보를 고지한다. 식용 색소 등은 관련 표기 의무가 없어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더라도 그 이유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식용 색소에 의한 알레르기는 일반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를 통해선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박소영 중앙대광명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적색 4호, 황색 5호·6호 등 주로 쓰이는 성분들이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며 “식용 색소 알레르기는 일반 알레르기 검사에서 다루지 않아 진단, 검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색소 알레르기가 반복되면 심한 증상이 이어질 수 있다”며 “생명을 위협하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생길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규정상 식용 색소 사용에 대한 제재가 힘든 만큼 원인을 찾으려는 환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식용 색소 알레르기가 흔하진 않아 모든 식품의 색소 사용을 제한할 순 없을 것”이라며 “색소를 많이 넣는 젤리, 캔디, 아이스크림 같은 식품이나 약물을 먹고 난 뒤 증상이 반복되면 색소 알레르기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음식 다이어리’를 만들면 알레르기 반응을 공통적으로 유발한 음식과 색소에 접근하기가 쉬워지고 진단에도 도움이 된다”며 “경미한 반응까지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식약처는 식용 색소를 비롯한 식품첨가물의 주기적 재평가 사업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식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식품첨가물은 국가별로 섭취량 등이 다르기 때문에 허용 현황이 동일할 수는 없다”며 “현행 고시는 색소별 사용 대상 식품 및 사용량을 규정하고, 여러 색소를 함께 쓸 경우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사용량을 설정해 놓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허용됐던 식품첨가물에 대해 재평가 사업을 진행해 기준과 규격이 타당한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위해 정보, 국제기구 안전성 평가 결과 등도 모니터링 해 식품첨가물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관리에 신경 쓰겠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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