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숭배’하는 ‘페이커’…“저도 ‘대상혁’ 예배드려야죠” [쿠키인터뷰]

‘셀프 숭배’하는 ‘페이커’…“저도 ‘대상혁’ 예배드려야죠” [쿠키인터뷰]

e스포츠 상징 ‘페이커’ 이상혁, ‘전설의 전당’ 초대 헌액
라이벌로 ‘쵸비’ 정지훈 언급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하면 펼칠 수 있을까 고민”
“나를 보면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으면”

기사승인 2024-06-07 09:00:08
6일 2부 행사에 참여한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건 기자

‘페이커’ 이상혁이 ‘셀프 숭배’를 언급하며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라이엇 게임즈는 6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전설의 전당’ 초대 입성을 기념해 공식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혁과 전용준 캐스터, 윤수빈 아나운서, 이정훈 LCK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화려한 커리어와 사회적 선행 등으로 이상혁은 롤 e스포츠 최고 스타로 자리 잡았다. 전설의 전당 투표인단은 그의 업적과 더불어 e스포츠에 대한 전반적인 기여도를 감안해 이상혁을 초대 헌액자로 뽑았다.

1부에서 벤츠 자동차 키, HOF(전설의 전당) 유니폼과 트로피를 받았던 이상혁은 2부에서 미디어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6일 2부 행사에 참여한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건 기자

이하 ‘페이커’ 이상혁과 일문일답

은사가 있다면? 
나에게 은사는 ‘꼬마’ 김정균 감독이다.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감독님과 같이 활동했다. 감독님의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습득했다. 그런 부분이 나를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했다.

라이벌을 꼽는다면?
프로 생활하면서 라이벌은 굉장히 많았다. 롤 e스포츠 자체가 생긴 지 얼마 안 됐다. 라이벌이 계속 바뀌는 순간에 있다. 한 명만 고르기 어렵다. 최근에는 젠지와 T1이 많이 만난다. 그 과정에서 상대로 만나는 ‘쵸비’ 정지훈이 인상적이다.

인상 깊었던 동료는?
지금 팀원들이랑 오래 지냈다. 선수들 모두 개성이 있다. 오랫동안 하다 보니 정도 많이 들었다. 올해 많은 업적을 이루고 싶다.

‘전설의 전당’ 헌액자로서 처음 맞이하는 시즌인데 마음가짐은 어떤지?
전설의 전당 헌액은 과거 내 업적을 기리기 위한 자리다. 앞으로 있을 정규리그는 과거와 상관없다. 매 시즌 새로운 길을 닦는다고 생각한다. 이전 업적을 뒤로한 채 앞으로 나가겠다. 있을 경기에 집중하겠다.

벤츠와 본인이 어떤 점이 닮았는지?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과 프로게이머에게 가장 중요한 순발력, 반응속도가 닮았다.

‘페이커’ 스킨이 입혀진 벤츠를 받았는데, 차 이름을 생각했나?
차에 이름을 붙이는 편은 아니다. 이름은 안 붙일 것 같다. 차를 탈 기회가 많이 없는데, 이번 기회로 더 관심을 가지겠다. 벤츠에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2013년 SKT T1에 합류하게 된 계기와 프로게이머 데뷔 당시 마음가짐?
데뷔했을 때,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데뷔 후 실패한다면 학업과 병행도 안 되기 때문에 엄청 위험한 직업이었다. 프로게이머를 결심한 건, 게이머 경험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했다. 경험의 가치를 높게 두고 프로게이머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e스포츠가 발전하고 있는데, 어떤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지?
e스포츠의 성장은 예견돼 있었다. 한국은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 많은 관심을 받는 스포츠는 반드시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기여한 것이 있다면, 프로선수로서 내 몫을 열심히 한 것이다. 그리고 좋은 팀원과 좋은 환경을 만나 많이 우승한 것이다. 프로선수로서 열심히 활동하는 게 최우선 목표이자 e스포츠를 위한 최우선 활동이다.

한국이 e스포츠에 강세를 보이는 이유?
한국은 좋은 선수 풀이 있다. 각자 다른 선수들을 보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페이커’가 생각하는 프로게이머의 명예란?
처음에는 돈이었다가 나중에는 명예를 원했다. 지금은 명예보다도 자신의 자아 실현이 더 중요하다. 프로게이머의 가장 큰 명예는 우승이다. 선수로서 가치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되는가, 그리고 저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평가받는 것이 명예다. 물론 프로로서 우승 커리어와 평가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내 스스로가 얼마나 만족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같이 지낸 동료들과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같은 팀원일 때 ‘뱅’ 배준식, ‘울프’ 이재완과 게임 외에 다른 활동을 같이하지 않았다. 엄청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요즘 들어 더 가까이 지내면서 오히려 서로를 잘 알게 되고 친해졌다. 앞으로도 예전 동료들과 잘 지내겠다. 나에게 뜻깊고 의미 있는 활동이다.

평소 선한 영향력을 위해 말과 행동을 의식하는지?
어렸을 때부터 신중한 성격이었다. 공인으로 활동하는 게 어려운 사람은 아니다. 이 성격이 현재 직업과 잘 맞는 부분 중 하나다. 나는 말과 행동을 할 때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한다. 특히나 게임 시청자는 어리다. 어릴수록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말이나 행동을 더 조심하려고 한다. 스스로 절제되고 바람직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사우디 e스포츠 월드컵을 참여하는데?
사우디는 처음 가본다. 사우디가 돈이 많다는 인식이 있어서 이번 대회도 돈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 같다. 나는 그것보다 e스포츠가 되게 성장하는 과정을 목격하는 느낌이다. 이번에 사우디에 가서 분위기를 느껴보겠다. 새로운 대회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둔다.

전설의 전당에 현역 선수로서 올라갔는데?
은퇴 전 명예의 전당에 올라가는 게 이례적이라고 들었다. 그만큼 나를 많은 분이 격려해 주고 좋게 봐줘서 뜻깊은 헌사를 받는 것 같다. 감사하다.

T1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T1에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좋은 구단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함께 보내면서 더 돈독해졌다. 지금은 선수가 아니라 T1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앞으로 좋은 관계로서 팬들께 즐거움을 드리겠다. 그 가치를 계속 키워나가도록 노력하겠다.

과거 대회 방식을 되살렸으면 하는 게 있는지?
LPL(중국)에서 ‘피어리스 밴픽’(이전 세트에 선택했던 챔피언을 막는 형식)이 생기는 걸 보면서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블라인드 픽이 시청자 입장에서 재밌는 시스템이었다는 생각도 했다. 어떤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조심스럽다. 다만 개인적으로 보는 분들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설의 전당에서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한지?
지금도 그렇고, 다음에도 커리어나 실력이 우선이다. 2순위로 뽑힐 선수는 잘 모르겠다. 나도 궁금하다. 투표권이 있어도 누구를 뽑을지 모르겠다.

T1에서 커리어를 이어간 이유는?
e스포츠 산업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산업적 성장이 급격하게 일어났다. 당연하게도 한 팀에서만 뛰는 경우는 많이 없다. 나도 중간중간에 다른 팀으로 이적을 고민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T1이 제시한 가치들이 나랑 잘 맞았다는 점이다. 또 T1 팬들과 가족도 있다. 그리고 한국 LCK가 가장 수준 높은 리그라는 점도 있다. 여러 요소가 합쳐졌다.

프로게이머 커리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팬들이 많이 언급하는 경기가 기억에 제일 남는다. 작년 롤드컵 때 징동 게이밍전 장면이 회자됐다. 덕분에 나도 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팬 즐거움을 위한 가치관으로 바뀐 계기가 있나?
지난해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많은 책을 읽고 생각도 많이 했다. 어떤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지 고민했다. 어쨌든 돈과 명예는 한시적이다. 그것을 쫓다가 보면 더 큰 돈과 명예를 쫓을 수밖에 없다. 나는 배우고 성장하는 것을 되게 좋아한다. 많은 팬이 나를 보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 게임이라는 매체가 ‘성장’ 메시지를 준다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선한 영향력을 어떻게 하면 펼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앞으로도 이런 가치관을 갖고 생활하려 한다.

‘페이커 신전’에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답사를 해보려고 했다. ‘신전’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어쨌든 한번 가볼 생각이다. 거기서 팬들이 ‘대상혁’ 예배하더라. 나도 ‘대상혁님’ 예배드리고 오겠다.

힘든 순간들도 많았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는지?
프로 생활하면서 굴곡이 많았고, 지금도 항상 있다. 그걸 이겨내면서 개인적으로 성장했다. 많은 분이 나를 보면서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팬들의 편지를 많이 읽고 있다.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 뿌듯하다.

헌액 순간, 팀원들의 반응은?
프로게이머들이 원래 표현이 서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는데, 아까 무대에서 봤을 때 선수들 얼굴에서 뿌듯함이 보이더라. 거기서 축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삶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롤이라고 했는데, 부연 설명을 한다면?
많은 사람 앞에서 얘기할 수 있을 거라고 학창 시절 때 꿈도 못 꿨다. 하지만 많이 하다 보니까 잘 되더라. 얘기하는 과정에서 내 생각도 진솔한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선수 생활하다 보면 피드백하면서 대화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 대화하는 법도 많이 배운다. 그리고 역경이 왔을 때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해결할지를 배우기도 한다. 

‘페이커’를 보며 꿈을 꾸고 있는 2군 선수들에게 한 마디?
열심히 노력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은 못 드리겠다. 좋은 선수가 되려면 당연히 많은 선수를 보고 분석하고, 남들보다 게임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어쨌든 경쟁이다. 본인만의 강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

‘01’이 박힌 특별 유니폼을 받았는데?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유니폼이다. 뜻깊다. 사실 이 물건보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와닿는다. 이렇게 축하를 받을 수 있어서, 가장 뜻깊은 유니폼이다.

6일 2부 행사에 참여한 ‘페이커’ 이상혁. 사진=김영건 기자

장충=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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