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커미온은 외부 환경변화에도 형태나 구조를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어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로 생성할 수 있고 전기적으로 수를 조절할 수 있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메모리, 논리소자, 통신소자 등 차세대 전자소자에 적용할 수 있다.
스커미온을 메모리소자로 활용하려면 정보저장 기본단위(bit)인 각각의 스커미온을 원하는 위치에 생성소멸시킬 수 있어야 하고, 생성된 스커미온을 고효율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현실에서 스커미온을 자유자재로 만들고 조작할 수 있으면 초저전력·초고성능의 차세대 소자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상온 양자컴퓨터 가능성 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세계 최초로 2차원 상온에서 스커미온을 생성하고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기존 3차원 대비 소모 전력은 낮추고 양자효과는 극대화시켜 상온 양자컴퓨터나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의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 3차원 자석으로 진행되던 스커미온 응용연구는 2017년 2차원 자석이 최초 보고되면서 연구영역이 확대됐다.
3차원 자석의 표면은 사포처럼 거칠어 스커미온을 동작할 때 마찰과 잡음이 발생하지만, 표면이 매끄러운 2차원 자석에서는 적은 전력으로 안정적인 동작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2차원의 시커미온은 3차원에서 존재할 때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양자현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KRISS 연구팀은 상온 2차원 자석 표면에 미세 전압과 자기장을 걸어 스커미온을 생성, 여기에 전류를 가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 시커미온 제어에 필요한 전력은 3차원 자석의 1/1000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울러 크기도 1/10 이하로 작아지면서 안정성과 속도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2차원 스커미온의 상온 발현과 함께 전기적 제어에 성공한 것은 미국과 중국도 성공한 적이 없는 최초 사례다.
이에 따라 KRISS 연구팀은 차세대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 소자 개발에도 한 발 다가서게 됐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의 스핀 방향을 이용해 0과 1의 정보를 처리하거나 저장하는 것으로, 차세대 메모리소자 기술로 꼽힌다.
특히 연구팀은 상온에서 스커미온의 양자현상을 극대화함으로써 상온 큐비트 제작에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는 지금까지 초저온에서만 구동하던 양자컴퓨터가 상온에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양승모 KRISS 양자자기센싱그룹 선임연구원은 “최근 AI 발전과 함께 전력수요가 폭증하면서 초저전력 반도체소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스커미온 제어기술을 응용하면 차세대 AI 반도체소자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5월호에 게재됐다.
대덕특구=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