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전해지는 정치권 소식을 보고 듣다 보면 ‘이건 왜 이렇지’ ‘무슨 법에 명시돼 있지’ 등등 많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치와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법조문까지. 쿠키뉴스가 쉽게 풀어 설명해 드립니다. 일명 ‘쿡룰(Kuk Rule)’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지구당 부활론이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지구당 부활을 꼽으면서입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지금은 기득권의 벽을 깨고 정치 신인과 청년들에게 현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지구당을 부활하는 것이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달 23일 부산 당원 행사에서 “지구당 부활은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하며 정당법 개정을 시사했습니다. 지난 2022년 당 대표 출마 당시 “지구당 부활 및 원외위원장에 대한 후원 허용을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재차 추진 의사를 드러낸 것입니다.
모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지구당’은 무엇일까요.
지구당이란 과거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존재했던 지역사무소를 뜻합니다. 중앙정당의 하부 조직이자 정당을 구성하는 기초 단위로 지역당이라고도 불립니다. 각 지역 주민의 의견을 중앙 정치에 수렴·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지구당은 지난 2004년 3월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던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만든 ‘오세훈법’(정치자금법·정당법·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라 폐지됐습니다. 지구당이 불법 정치 자금 유통 경로로 활용된다는 비판에서였습니다.
당시 지구당 운영 경비 조달은 지구당 위원장의 몫이었습니다. 운영 경비 마련을 위해 지구당위원장이 토호 세력에게 정치 후원금을 받는 일이 오랜 시간 이어지자 정경 유착이 발생했습니다. 돈을 쥐고 있는 지구당위원장이 지구당의 모든 의사결정을 독식하게 되자 사당화 문제도 심각해졌습니다. 이러한 폐단은 2002년 이른바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불법 대선자금 전달사건)’으로 드러나며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당은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정당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현재 지구당의 역할은 당원협의회(국민의힘), 지역위원회(더불어민주당)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정당법 제37조 제3항에 따라 국회의원 지역구 및 자치구·시·군, 읍·면·동별로 당원협의회를 둘 수 있지만, 시·도당의 하부 조직으로 사무실을 설치하거나 운영할 수 없습니다. 즉, 원외 당협·지역위원장은 지역구 사무실을 운영할 수 없으며, 유급 직원을 둘 수도 없고, 후원금 모금도 불가합니다. 현역 의원은 지역구 사무실 운영이 가능하고, 후원금 모금도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것과는 대조됩니다.
사실 이러한 불공정 때문에 지구당 부활 논의는 매 국회 반복됐습니다. 22대 국회에서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과 김영배 민주당 의원이 지구당 부활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다만 두 법안은 정치 자금 모금과 유급 직원 고용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어 과거처럼 불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구당 부활은 지방분권이라는 흐름에 맞게 ‘풀뿌리 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지역구 사무실 운영으로 당의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고, 당원 참여를 확대해 당원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지구당 부활이 ‘정략적 셈법’이 아닌 진정한 ‘정치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