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에서 글로벌 빅테크 CEO들과 만나 미래 산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말 열리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관련 내용이 반영될 것으로 분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2년 연속 미국 출장을 통해 글로벌 빅테크와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약 2주간의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친 후 귀국했다. 그는 출장 일정을 마친 후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이번 출장에서 삼성의 글로벌 위상과 미래 기술 경쟁력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네트워크, 메모리, 파운드리 등 기존 고객사와의 협력 및 새로운 모델 구축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이 회장은 미국 뉴욕·워싱턴 일정을 마친 후 서부를 돌며 IT·인공지능(AI) 분야 주요 빅테크 CEO들과 잇따라 만났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서부 팔로알토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가졌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가 방한, 이 회장의 초대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한 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이 회장은 저커버그 CEO는 AI와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미래 ICT 산업 및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 삼성전자와 메타는 AI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일(현지시간)에는 시애틀 아마존 본사를 찾아 앤디 재시 아마존 CEO와 회동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한진만 삼성전자 DSA 부사장, 최경식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 등이 배석했다. 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은 차세대 메모리 등 반도체 사업의 핵심 비즈니스 파트너 중 하나다. 이 회장과 재시 CEO는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전망 등에 대해 공유하며 추가 협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생성형 AI 시장에 본격 참전을 선언,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갤럭시 S24 시리즈 등 온디바이스 AI 폰 흥행에 성공, 다양한 분야에 AI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의 오랜 동반자인 퀄컴과도 만나 협력을 다졌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에는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나 AI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칩 등 미래 반도체 시장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퀄컴은 무선 연결성과 고성능을 갖춘 저전력 컴퓨팅과 온디바이스 인텔리전스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퀄컴은 삼성 모바일 제품에 최첨단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탑재했으며, 최근에는 AI PC 및 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3주간의 미국 장기 출장을 통해 AI와 바이오, 차세대모빌리티 등 글로벌 기업 CEO들과 네트워크를 다졌다. 구글과 MS, 존슨앤존스 CEO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미래에 대한 전략을 구체화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 출장에서 모두 발견되는 키워드는 AI다. 이 회장은 AI 관련 석학, AI 기업 CEO들과 수시로 만나며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해 왔다. 지난달에는 AI 서울 정상회의 화상 연설에서 “삼성의 기술과 제품을 통해 모든 기업과 사회, 나아가 전 인류가 AI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실제로 AI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며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IT 전 영역에서 AI를 적용한 제품을 출시, 저변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이 미국 출장을 통해 쌓아 올린 네트워킹은 이달 말 가전·모바일 등 세트 사업과 반도체 부문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 주요 임원이 참석하는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비전과 사업계획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