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 힘 실은 전공의…“의료의 탑 무너지고 있어”

서울대병원 휴진 힘 실은 전공의…“의료의 탑 무너지고 있어”

“민주주의 정체성 위협”…정부 비판한 의사들
서울의대 학생 “정부, 의학교육 파행으로 만들어”

기사승인 2024-06-17 14:01:18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 휴진 관련 집회에 참석한 의료진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는 사직할 권리도 없다는 정부는 민주공화국 국가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전공의가 나간 이후 취임사에서 35번이나 자유를 외친 대통령의 정부에서 자유를 억압하는 온갖 명령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정체성을 위협받고 있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

17일부터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도 나서 대한민국 의료의 탑이 무너지고 있다며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등 의료정책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휴진 첫날인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의료 정책 추진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비대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의 진료 참여 교수 967명의 절반 이상인 529명(54.7%)이 휴진에 참여했다. 전공의 이탈 이후 62.7%였던 수술장 가동률은 33.5%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성범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지역·필수의료 기피와 급격한 의료비 상승은 보건의료 장기 발전 계획의 부재와 포퓰리즘 정치에 의한 의료 정책의 실패 때문”이라며 “전공의들은 사직할 권리조차 없는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고, 교수들은 대학병원의 적자 진료 해결을 위해 복종한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의대 증원 규모의 객관적 타당성도, 교육의 질을 담보할 신뢰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전공의와 학생들을 뛰쳐나가게 만들었다”면서 “지난 4개월 동안 불통의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국민들은 무엇을 하시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교수는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직서 수리 등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정책 조정 △독립적 의료개혁 위원회 구성 △대학 병원장 및 총장의 책임 있는 리더십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것이라면 환자를 볼모로 한 행위로 매도할 일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새로운 인생을 격려하는 것이 옳다”며 “의대 증원을 조정하고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조정하면 전공의와 학생에게 복귀할 명분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공의와 학생의 복귀 없이 현 사태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정부는 개혁 주체로서의 의료계를 존중하고, 객관적·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협상과 타협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직 전공의인 박재일 서울대병원 전 전공의 대표와 김민호 서울의대 학생회장도 집회에 참석해 자유발언을 이어가며 비대위의 집단 휴진 결의에 힘을 보탰다.

박 전 대표는 의료의 탑이 무너지고 있다며 이를 바로 세우기 위해선 의료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왜곡되지 않은 의료현장에서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국민에게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드리는 것이 저희의 꿈인데, 대한민국 의료의 탑은 점점 기울어져가고 있다”며 “현 의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고, 전문가 집단과 상의를 진행하면서 국민 전체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다”라고 했다.

정부는 학생들이 무슨 이유로 학교를 떠났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학생회장은 “정부는 의대생 동맹 휴학이 승인되면 엄정히 대처할 것이라고 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며 “정부는 정책 실패로 인해 의학교육을 파행으로 만들어놓고 의학교육 선진화라는 말로 애써 수습하는 중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