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적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사…의료계 ‘반발’ 확대

전방위적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수사…의료계 ‘반발’ 확대

경찰, 병원·교수·개원의·의대생으로 수사 범위 확대
‘집단 휴진’ 서울대병원 의사 등 5명 수사
의협 “양아치 짓 같은 행태…즉각 중단해야”

기사승인 2024-06-26 14:00:56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참석자들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필수의료 붕괴된다’라는 문구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료계 불법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의사 82명을 비롯해 119명이 입건된 가운데 지난 18일 집단 휴진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등 의사 5명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전방위적인 경찰 수사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의정 갈등이 한층 격화될 조짐이다.

26일 경찰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전날 오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기도 소재 A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이 병원의 병원장 등 관계자들은 B의약품 도매사의 특정 제품을 사용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의료법 23조5에 따르면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대표자, 의료기관 종사자는 처방을 유도하거나 거래를 유지하는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금품이나 물품, 편의 등을 제공받아선 안 된다.

경찰은 의료계 리베이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21일부터 5월20일까지 2개월간 운영한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 신고기간’ 동안 신고된 사건을 지난달 말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접수된 불법 리베이트 신고 대상에는 제약회사뿐 아니라 의료기기 회사, 병·의원, 의약품 도매상 등도 포함됐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복지부가 수사 의뢰한 19건과 자체 첩보로 인지한 13건 등 전국에서 총 32건을 수사 중”이며 “입건 대상자는 119명이고 이 중 의사는 82명, 나머지는 제약사 관계자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일부 수사를 마쳐 의사 4명과 제약사 관계자 5명 등 9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3명은 불송치했다. 현재 남은 수사 대상자는 의사 77명 등 97명이다.

경찰은 고려제약 대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자사 약을 쓰는 대가로 의사 등에게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과 관련해 2000만원 이상의 금품을 수수한 의사 14명과 제약사 관계자 8명 등 22명을 의료법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향후 리베이트 수수 자료나 처방내역, 관련자 진술을 통해 추가 입건자가 계속 나올 것으로 경찰은 예상했다.

경찰은 지난 18일 집단 휴진에 참여한 대학병원 등 의사 5명의 의료법 위반 혐의도 수사 중이다. 복지부가 수사 의뢰한 의사들이 소속된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이다. 일반 시민이 고발한 의사 2명 중 1명도 서울대병원 소속이며, 다른 1명은 개원의로 파악됐다. 교육부가 수업 거부 강요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 한양대 의대생 6명도 입건됐다.

의료계는 경찰 수사를 “양아치 짓과 같은 행태”라며 즉각 중단할 것으로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4일 성명을 내고 “의료 농단을 저지하기 위해 정당하게 의사를 표명한 교수들과 우리나라 의료를 책임질 학생들을 국가가 부당하게 탄압하는 행태에 분개하고 경악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은 의사가 아니라 의료 농단의 주범인 복지부 공무원들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복지부는 지난 20일 ‘의제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대화하자’고 했으면서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가 휴진 철회 의사를 밝힌 글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또다시 교수와 학생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휴진 유예를 결정한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지난 25일 “심각한 의료 붕괴 위기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온전히 정부에 있음을 밝힌다”면서 “서울의대 교수들에 대한 부당한 경찰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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