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국회가 5년간 이어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마무리하고 법제화에 나섰다. 그러나 약 배송 문제가 논의에서 빠지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통계를 공개했다. 2020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누적 이용자는 492만 명, 월평균 진료 건수는 약 25만 건이었다. 주요 진료 질환은 고혈압(19.3%), 기관지염(10.5%), 당뇨병(9.0%), 비염(3.9%) 등 만성질환과 경증질환이 많았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은 복지부가 공개한 통계를 토대로 모니터링 체계 확충, 서비스 고도화 등을 전제로 법제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복지부는 시범사업 자문단의 의견을 토대로 국회와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에 이어 국회도 비대면진료 법제화 논의에 착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전진숙·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보윤·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 4건을 심사했다. 이날 의원들은 법제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쟁점을 확인하고, 세부 논의는 후속 회의로 넘겼다.
비대면진료 법제화 움직임이 시작됐지만, 약 배송은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국회가 의료법 개정 작업을 마친 뒤 약 배송 허용을 위한 약사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단체와 환자단체들은 약 배송 없는 비대면진료 법제화는 반쪽짜리 법안이 될 수 있으므로 의료법과 함께 약사법 개정 논의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지만, 약은 약국을 방문해서 수령해야 하는 현재 방식은 소비자와 환자의 불편함만 키우고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의약품 배송은 비대면진료와 한 팀처럼 이뤄져야 한다”며 “약 배송은 환자의 의료접근성 향상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환자·소비자단체의 약 배송 법제화 요구가 거세지만, 약사단체가 의약품 오남용 우려와 대면 투약 원칙 훼손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해 빠른 제도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의료법 개정안에 제한적 형태의 약 배송 허용 조항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당 관계자는 ”현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서 도서산간 지역이나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없는 곳을 의료취약지로 지정해 제한적으로 약 배송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번에 법안 논의 과정에서 시범사업에서 허용하는 수준의 약 배송 내용을 의료법 개정안에 담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