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해 첫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말라리아 환자 2명의 군집 사례가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말라리아 감염 추정 지역이 경기, 인천, 강원에서 서울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시는 서울 양천구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군집사례로 처음 발생해 지난 9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경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열원충이 일으키는 질병이다. 말라리아 경보는 전국 말라리아 주의보 발령 이후 첫 군집 사례가 발생할 때 내려진다. 매개 모기 하루 평균 개체 수(한 대의 트랩에 채집된 모기)가 시군구에서 2주 연속 5마리 이상일 때도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된다.
평년보다 높은 온도 탓에 모기 활동 시기가 다소 빨라졌다. 서울 지역 감염 환자도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올해 신고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지난 5일 기준 234명이다. 이 중 43명(18%)은 서울에 주소지를 둔 환자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위험지역은 종로·광진·중랑·성북·강북·도봉·노원·은평·마포·양천·강서·구로·강동구 등 13개 구다.
말라리아 경보 발령에 따라 자치구들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양천구는 군집사례 환자들의 추정 감염 지역, 해당 지역의 모기 서식 환경, 거주지 점검 등을 확인하기 위한 심층 역학조사를 시행한다.
성북구는 유관기관 등과 함께 ‘성북구 말라리아 퇴치사업단’을 구성해 지역 내 전파 차단 및 퇴치를 위해 협조한다. 매개 모기 집중 방제를 위해 선제적 방역도 진행한다. 영등포구는 지난 5월부터 공원과 유수지, 하천변 등에서 △친환경 해충 유인 살충기 279대 △디지털 모기 측정기(DMS) 25대 △유문등 3대의 운영을 시작했다. 빈틈없는 방역을 위해 ‘모기 퇴치 방역단’을 구성해 방역에 나섰다.
시는 오는 24일 말라리아 위험지역 방역 담당자를 대상으로 방역 현장 실습 교육을 실시한다. 매개 모기는 주거지 인근 공원 또는 아파트 단지 조경수에 주로 은신하는 특성이 있다. 매개 모기가 은신할 가능성이 높은 장소를 찾고 잔류효과가 높고 식물에 분사 가능한 살충제를 적용하는 방법을 실습 위주로 교육할 예정이다.
전문가는 코로나 엔데믹 이후 시민 활동량이 늘면서 말라리아 환자 수가 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과 석좌 교수는 “말라리아 국내 환자 수치를 보면 2019년 559명에서 2020년 385명으로 줄었다. 2022년까지 3년 치 평균을 내보면 366명이었다”며 “지난해 수치는 747명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어 “보균자가 없으면 말라리아가 확산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 색출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말라리아 예방 백신은 아직 없다. 이 교수는 “한국에는 일본뇌염과 말라리아가 있다. 모기 감염병 대부분이 바이러스인데, 말라리아는 기생충”이라며 “예방 차원에서 치료제를 미리 먹거나 밝은 색 옷을 입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선 말라리아 예방법과 증상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등 주민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대책”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계보건기구가 지정한 말라리아 퇴치 우선 국가다. 오는 2030년 국내 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4개 추진 전략을 포함한 ‘제2차 말라리아 재퇴치 실행계획(2024-2028)’을 수립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