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파행에 대통령실 “우려할 사례 아냐”…의협 “심각성 인식 못해"

응급실 파행에 대통령실 “우려할 사례 아냐”…의협 “심각성 인식 못해"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 의료진 절반 이탈
‘24시간 대응’ 원칙 응급실 기능 상실
의협 “지역·필수의료 망하게 하는 지름길”

기사승인 2024-07-17 14:04:36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안으로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권역응급의료센터인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실 파행 운영이 “우려할 만한 케이스가 아니다”라는 대통령실 발언을 두고 의사단체가 유감을 표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7일 이 같은 대통령실 발언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국민 생명을 뒷전으로 생각하는 처참한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의료체계 붕괴에도 ‘정신 승리’적 발언으로 현실을 부정하는 자기 기만적 태도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전날(16일)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 사직 처리 조치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순천향대천안병원 응급의료 파행 관련 질문을 받자 “그 병원에 한정된 상황이고, 셧다운 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단계별로 정상화 플랜을 갖고 기능을 유지한 채로 추가 채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사례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신규 전문의 채용 과정에서 병원 측과 기존 전문의 간 처우 문제로 갈등이 있었던 것이지 응급실 파행 운영은 전공의 집단 이탈과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최근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 중 4명이 사직 의사를 표하며 정상 운영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병원 응급실은 오는 21일까지 축소 운영을 이어간다.

의협은 순천향대천안병원 뿐만 아니라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대학·종합병원 응급실 의료진이 격무에 시달려 제대로 된 응급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4시간 대응’이 원칙인 응급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의료시스템 붕괴를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응급실 의료진들은 불안해할 국민들을 위해 과중한 업무를 견디며 힘겹게 의료현장을 지켜왔다”며 “응급실이 붕괴되지 않도록 수차례 응급의료를 위한 지원을 호소해 왔음에도 정부는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위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리한 정책 추진의 결과는 지역·필수의료를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라며 “정부는 무책임한 태도를 멈추고 지금이라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바라는 바를 수용해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 힘쓰길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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