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는 국산 천연꿀…사양꿀 합법화 후 성장세 ‘둔화’

설 자리 잃는 국산 천연꿀…사양꿀 합법화 후 성장세 ‘둔화’

사양꿀, 대체품·수입꿀에 밀려…시장 축소 전망
지난해 천연꿀 수입 1424톤…수출량 ‘6.3톤’
“국산꿀 미래 경쟁력은 ‘천연꿀’…사양꿀 근절해야”

기사승인 2024-07-29 11:00:04
천연꿀 수출입 물량 현황.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사양꿀 유통이 계속 되면 국산 천연꿀이 산업적 가치를 잃고 꿀 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국산 천연꿀 수출량은 2018년 33.4톤에서 지난해 6.3톤으로 매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2년에는 이보다 낮은 4.5톤으로 참담한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수입량은 2018년 991.5톤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1424톤으로 43.6% 증가했다.

천연꿀 감소는 2016년 사양꿀 합법화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천연꿀 시장은 정체된 양상을 보이는 반면 사양꿀 생산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기형적인 양봉산업 구조가 만들어 졌다. 2018년 각각 4638톤·238톤이었던 천연꿀과 사양꿀 생산량은 2022년 5519톤·3655톤으로 폭을 줄였다. 2021년에는 각각 5217톤·6852톤으로 사양꿀 생산량은 천연꿀을 뛰어넘기도 했다.

사양꿀 생산이 증가한 것은 밀원·채밀기간 감소 등으로 사육환경은 악화됐으나 사육규모는 증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양꿀 생산은 월동꿀벌 대량 폐사의 요인 중 하나로 소비자 신뢰와 양봉산업 국제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양꿀을 만드는 데 동원되는 꿀벌은 영양부족 및 불균형, 면역력 약화 등으로 질병 발생이 증가하고 수명이 단축된다. 또 천연꿀과 사양꿀은 맛으로 구별하기 어려워 차이점을 모르는 소비자들은 천연꿀로 오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사양꿀이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가운데 한국과 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오는 2029년부터 베트남 천연꿀이 무관세로 국내에 수입되면 국산 꿀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상미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장은 “머지않아 베트남 꿀이 국내에 무관세로 수입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경쟁력을 잃는 건 국산 천연꿀이 아닌 저렴한 사양꿀”이라며 “벌이 죽고 봉군을 재건하기 위한 재료값, 인건비와 설탕값 등이 오르는 동시에 사양꿀 가격도 올라 가격 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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