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뉴라이트’ 논란에 휘말린 인사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가운데, 야당과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은 이에 일제히 반발했다.
광복회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정부 주최 8‧15 광복절 행사에 불참을 통보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도 관련 행사 불참을 결정하거나, 청문회 추진 등 강력 항의에 나섰다.
10일 광복회에 따르면 광복회는 오는 14일 윤 대통령 초청으로 열리는 독립운동가 후손 오찬 행사에 불참한다.
광복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 초청 오찬에) 광복회 회원 다수의 의견을 존중해 참석하지 않기로 하고 관계기관에 통보했다”며 “일제 강점기 때 우리 민족 국적이 일본이라고 하며 식민 지배를 정당화한 사람이 독립기념관 관장으로 있는 한, 광복의 기쁨을 기념하는 오찬 초청에는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복회는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들로 구성된 단체다. 광복회가 대통령 초청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1965년 설립된 이래로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8년 건국절 논란으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검토했지만, 정부가 사과하면서 무마됐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관련해 "독립운동 세력을 약화, 분열시키고 민족의 혼을 빼는 일제 강점기 밀정 같은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이종찬 광복회장은 김 관장 임명 소식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회장은 지난 7일 MBC 라디오에 “이런 식의 인사는 용산 어느 곳에 일제 밀정과 같은 존재의 그림자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소위 ‘뉴라이트’는 1948년도에 (우리나라가) 건국했고 그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며 “김 관장은 ‘1948년 이전에는 우리 국민은 없었다, 오로지 일본의 국민만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김 관장은 지난해 말 보수단체 강연에서 광복절이 1945년이 아닌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중하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한 헌법전문은 상식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8월 출간한 저서에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두고 “친일행위자의 ‘역사적 공과’를 따지지 않고 ‘친일 행위’와 ‘반민족 행위’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다”고 하는 등 일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하기도 했다.
독립운동단체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도 김 관장 임명에 대한 반발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단연은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3·1독립유공자유족회, 운암김성숙선생기념사업회 등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연합체다.
야권도 김 관장의 임명 철회를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야당은 줄줄이 8‧15 광복절 관련 행사 불참을 검토하거나, 이미 결정했다.
조국혁신당은 관련 행사 불참은 물론 ‘김 관장 임명 규탄 및 임명 철회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 국민은 없었고 일본 신민만 있었다고 주장한 김형석 교수를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했다”며 “윤 정권은 우리나라를 재생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 작정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철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형석 교수를 계속 눌러 앉힌다면 이는 명백한 탄핵 사유”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김 관장에 대한 임명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 논란 인사 임명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황정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도부가 광복절 행사 참석 여부를 놓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은 김 관장 임명을 철회하고, 김 관장을 제청한 강정애 보훈부 장관도 사퇴를 요구한다”며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에 (김 관장) 임명 관련 모든 절차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사정의특별위원회와 행동포럼은 오는 14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 앞에서 독립기념관장 임명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다만 김 관장은 지난 8일 취임 간담회에서 뉴라이트 논란에 대해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뉴라이트는) 과거 학생운동권에서 활동하다가 지금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활동하는 분들을 지칭하고, 역사학계에서는 일제 식민 지배에 동조하는 입장을 펼친 학자들을 말하는 것 같다”며 “나는 그 어디에도 해당이 되질 않으며 내가 뉴라이트라는 얘기를 이번에 처음 들어봤다”고 주장했다. 관련 단체와 야권에서 불거진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임기 동안 성심껏 근무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관장의 임기는 오는 2027년 8월 7일까지 3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