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흥타령춤축제, 이건 거리 퍼레이드가 아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 이건 거리 퍼레이드가 아니다

550m구간 처음·끝 공연 2번뿐, 300m 그냥 행진
댄서와 관객 특정 장소에 묶어 거리 역동성 상실
연도 환호 없어 무료한 공연팀 사진 찍기로 분주

기사승인 2024-09-28 06:58:21
 28일 밤 열린 천안흥타령춤축제 ‘거리댄스 퍼레이드’. 시작 지점서 한 번 공연한 외국참가팀이 끝 지점 공연을 위해 썰렁한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조한필 기자

“이건 퍼레이드가 아니다. 거리 공연일 뿐이다.” 28일 밤 열린 천안흥타령춤축제(25~29일)의 오랜 명품콘텐츠 ‘거리댄스 퍼레이드’를 본 느낌이다. 퍼레이드가 예전 지녔던 역동성을 잃고, 틀에 갇혀 박제화 됐다.

 천안 신부동 방죽안오거리~신세계백화점 550m 구간은 상가 밀집지역으로 사람들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그런데 퍼레이드 구간 처음과 끝 두 군데에 간이 스탠드객석을 만들고, 관객과 참가팀을 그 곳에 묶어 퍼레이드 생명력을 잃게 했다. 48개 팀의 총 1900여 명 댄서가 참여했지만, 구간 전체를 참가팀이 화려하게 장식하던 박진감은 온데간데없다.

 공연팀은 퍼레이드 시작 지점서 한 번 공연하고, 300m 거리를 관객들 무관심 속에 행렬지어 이동한다. 춤 사위도 없고 음악도 없다. 이동 구간은 어둡고 보는 이가 적어 썰렁하다. 모든 관객이 시작과 끝 공연장에 모여 있다. 퍼레이드의 활기찬 기운은 찾아볼 수 없다. 

 출연팀이 끝 지점인 신세계백화점 앞에 도착하면 3~4개 팀이 줄서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퍼레이드 팀을 공연장에 묶은 것이다. 댄서들은 무료함을 달래려 휴대폰을 꺼내 서로 사진 찍어주기에 분주하다.

거리댄스 퍼레이드 끝 공연지점에서 3~4개 팀이 공연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무료한 대기로 거리 퍼레이드의 역동성은 이미 사라졌다. 사진=조한필 기자

거리댄스 퍼레이드 끝 공연지점서 대기하는 댄서들이 무료함을 달래려 사진찍기로 분주하다. 사진=조한필 기자

 언제부터인가 당초의 천안역~신세계백화점 구간을 절반 거리로 줄였다. 참가팀이 연도 관객들 환호를 받던 시절은 갔다. 이젠 거리서 공연을 두 번 할 뿐이다. 

 퍼레이드 안전성 확보 때문에 구간을 줄이고 공연 형태로 바꾼 걸까. 두 군데 간이 스탠드, 기중기로 끌어올린 공중의 대형 조명장치가 더 위태로워 보인다.

 이렇게 흥타령춤축제 대표 콘텐츠였던 거리댄스 퍼레이드가 맥 빠지는 프로그램이 됐다. 다른 축제 콘텐츠는 진보했는데, 퍼레이드는 외려 퇴보했다는 인상이다. 

 퍼레이드는 축제의 꽃이다. 관객이 축제의 열기에 흠뻑 빠져, 흥분으로 들뜨게 해야 한다. 그런데 거리댄스 퍼레이드가 앉아서 보는 공연으로 변했다. 한 공연전문가는 “종합운동장 주무대서 하는 공연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면서 “많은 예산 들여 무대를 밤거리로 옮겼을 뿐 색다른 점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거리댄스 퍼레이드의 방죽안오거리 시작 지점. 간이 스탠드 객석(오른쪽) 앞으로 크레인이 끌어올린 대형조명장치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사진=조한필 기자
조한필 기자
chohp11@kukinews.com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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