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의료대란’ 온다”…전공의·의대생 공백 후폭풍 우려

“진짜 ‘의료대란’ 온다”…전공의·의대생 공백 후폭풍 우려

기사승인 2024-10-08 06:00:06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안으로 의료진이 환자를 옮기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의대생과 전공의가 8개월째 학교와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신규 의사 면허 취득자(일반의)와 신규 전문의는 예년의 10% 안팎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신규 의사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의료공백 위기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대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7일 쿠키뉴스와 통화한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원장을 지낸 한 의료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 지금보다 더 큰 의료대란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일반의·전문의·전공의·공중보건의·군의관 수급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내년 신규 의료 인력 수급 차질은 객관적 수치로 속속 입증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사직 전공의 현황’에 따르면,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 시스템에 등록된 전공의 임용 대상자 1만3531명 중에서 9월30일 기준 사직 및 임용 포기자는 1만2100명(89.4%), 출근자 1178명(8.7%), 기타 253명(1.9%)으로 집계됐다. 

전공의 사직자 중 레지던트 사직자는 9136명이며, 이 중 타 의료기관 재취업자는 9월29일 기준 3398명이다. 현재 217개 수련병원 전체 의사 3만5156명 가운데 전공의 비중은 평균 32.9%에 달한다. 인턴과 레지던트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면 펠로우(전임의)가 되는데 이대로라면 내년 신규 전문의는 많아야 250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흉부외과의 경우 내년 전문의가 될 레지던트 4년 차는 고작 6명만 남은 상태다.

내년 신규 의사 배출도 어렵게 됐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시행된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 347명만이 최종 응시했다. 앞서 제88회 의사 국시 실기에 3212명이, 그 전 회차인 2022년 제87회 실기에 3291명이 응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인원이 실기시험에 응시한 것이다. 올해 응시 대상 인원은 의대 본과 4학년 학생 3000여명에 전년도 시험 불합격자, 외국 의대 졸업자 등을 더한 3200여명이었으나 10%가량에 불과한 저조한 응시율을 보였다.

이번 의사 국시 실기에 저조한 응시율을 보인 것과 관련해 의대생들은 “지난 2월 대부분의 의대생은 정부가 자행한 잘못된 의료 정책에 반대해 휴학계를 제출했고, 반년 동안 정상적인 학사 일정을 전혀 소화할 수 없었다”며 “이로 인해 국시 접수가 불가했다”라는 입장이다.

신규 의사 수 감소는 공보의·군의관 수급에 영향을 미친다. 비수도권 의료취약지를 지키는 공보의 수급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복지부의 최근 10년간 공보의 수급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보건소 등 의료기관에 배치된 공보의 수는 2863명이다. 2012년 4046명이었던 공보의 수는 2013년 3876명으로 4000명 선이 무너진 뒤 올해 2000명대로 떨어졌다. 군의관 수도 감소 추세다. 2000년대에 한해 1500명가량 들어오던 군의관은 최근 600~700명으로 반토막 났다. 현재 총 군의관 규모는 약 2400명이다. 

공보의 근무보다 일반병 입대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공보의 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5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전공의 1395명 중 74.7%(1042명)가 “일반병으로 입대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89.5%는 “공보의·군의관 복무 기간에 매우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김선민 의원은 “무리하게 의사를 늘리려다 당장 내년에 배출하는 의사가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공중보건의 부족 사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온다고 해도 내년 입학생에 더해 기존 의대생까지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게 될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학교육계의 일치된 견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2학기 평균 등록률은 3.4%로 작년의 10분의 1 수준이다. 10개 국립대의 경우 재적 의대생 5919명 중 3.2%인 191명만 등록했다. 의대 중 절반인 20곳은 등록 인원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서울의대는 1학년 학생 중 2학기에 수강 신청을 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승준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정부는 내년 의대 교육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며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하는데 공염불에 불과하다”라며 “50명 들어가는 강의실에 어떻게 200명을 욱여넣을 것인지, 기초과학 가르치는 교수를 어떻게 수급할 것인지 등 대비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남학생의 경우 의대 졸업 후 의사 면허를 따서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가는 게 아니라 면허 취득 전에 일반병으로 군대에 갈 생각부터 한다”면서 “정부 정책으로 지방의료를 살리는 게 아닌, 붕괴를 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에 신뢰를 잃은 의사들이 과연 정부 정책에 잘 협조할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병원에 남아 있는 의료진이 소진된 상태에서 내년까지 어떻게 의료 현장이 유지될지 의문이다”라며 “정부는 병원들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신규 인력 수급이 막히고 기존 의료진이 사직하는 마당에 어디에서 전문의 인력을 구할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