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 나선 게이머 21만명…“게임 사전검열, 디지털 분서갱유” [쿠키 현장]

헌법소원 나선 게이머 21만명…“게임 사전검열, 디지털 분서갱유” [쿠키 현장]

8일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
“현행 게임산업법, 문화향유‧행복추구권 침해”
“웹툰, 영화 콘텐츠 소비자와 동일 대우 바라”

기사승인 2024-10-08 13:29:54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유튜버 김성회씨와 이철우 변호사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다른 문화에서 찾아볼 수 없는 국가 사전 검열이다.”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유튜버 김성회씨가 헌법소원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 제3호가 위헌이라는 주장에서다. 해당 조항은 ‘범죄‧폭력‧음란 등을 지나치게 묘사해 범죄심리 또는 모방심리를 부추기는 등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것’에 해당하는 게임물을 제작, 반입하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김씨는 “게임에 대한 과도한 검열이 게임 이용자의 문화향유권과 게임 종사자 창작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소원 청구인 대리인인 이철우 변호사는 “자신이 즐길 콘텐츠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용자 행복추구권이 침해받는다고 볼 수 있다. 검열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은 명확성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두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해당 조항은 주로 성인 대상 게임물을 차단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이 때문에 게임 이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강화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모든 성인 대상 게임을 할 수 있게 열어달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국제 기준에 맞춰 달라는 취지”라며 “영화나 웹툰 등 다른 콘텐츠와 같은 기준을 적용해줬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유튜버 김성회씨가 말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김씨는 “헌법소원 가치를 폄훼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성인 대상 게임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든 작은 사례의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소원청구를 선택한 것을 두고 ‘공론화’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 메시지를 크게 던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위헌 판정이 나지 않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다시 도전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게임 사전검열 폐지를 주장하는 이번 헌법소원에는 대표 청구인인 김성회씨를 포함해 총 21만751명이 참여했다. 지난 2008년 총 9만5988명이 참여한 미국산 쇠고기 관련 위헌확인 소송 청구인 수의 두 배를 웃돈다.

이들은 게임에 다른 문화 콘텐츠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달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게임 사전 검열을 ‘21세기 디지털 분서갱유’에 비유했다. 그는 “신생 놀이문화 길들이기라는 구태는 2024년에도 이어지고 있다”며 “영화, 웹툰, 웹소설, 음반 등 한국 내 콘텐츠 중 유독 게임만 홀로 악마화 돼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 대우나 폭력·선정적 게임의 무분별한 남용을 바라는 게 아니”라며 “세계 기준과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받길 바란다. 우리도 콘텐츠 소비자일 뿐”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이 변호사는 “헌법소원심판청구가 결과를 떠나 게임에 대한 차별적 검열 기준을 철폐하고, 창작의 자유와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게임이 진정한 문화 예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초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헌법소원은 지난 2017년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뉴 단간론파 V3’ 게임을 전체이용불가로 판정 내린 것에서 시작했다. 게임산업법 22조에 따라 모방범죄가 우려되는 게임물은 등급분류 거부 또는 취소될 수 있다. 판정 이유를 알기 위한 회의록 요청에도 비공개 되다 7년 만에 대중에 알려진 바 있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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