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8개월만에 0.25%p(포인트) 인하했다. 소비자물가가 목표치에 들어왔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내수 부진이 지속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인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다고 밝혔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p 인상을 마지막으로 같은 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뒤 38개월만에 통화정책 완화로 돌아섰다.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한 건 금리 인하 발목을 잡던 요소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이 가장 중요시하는 ‘인플레이션’의 완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집계되면서 2021년 2월 기록한 1.4%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2%로 두고 있어 금리 인하 요건이 충족된 셈이다.
통화 정책 전환의 주요 변수였던 가계대출 기반 수도권 집값 급등세가 지난달부터 진정된 점도 금리 인하 근거 중 하나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줄어든 수치다.
여기에 장기간 고금리 지속으로 인한 소비부진·경제성장 둔화 등 악재들도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분기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줄었다. 분기 기준 역(-)성장은 2022년 4분기(-0.5%)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특히 민간소비가 0.2% 감소했고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 1.2%, 1.7% 축소됐다.
한편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한국 3.25%·미국 4.75∼5.00%)는 다시 1.75%p로 벌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