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중립성 담보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운영돼야”

“전문성·중립성 담보된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 운영돼야”

기사승인 2024-10-13 06:00:06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료인력 수급추계기구’를 신설하는 가운데 의료계의 반대에 부딪혀 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력추계기구 논의 구조를 법제화하고 협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의료계의 신뢰를 얻고 적정 인력을 산출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중장기 의료 수요 등을 고려한 적정 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는 전문가 기구인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에 의료계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과반수 포함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의사, 간호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직종별 추계위를 총 13명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단체가 추천한 전문가가 7명으로 과반수가 되도록 할 예정이다. 나머지 6명은 환자단체, 소비자단체 등 수요자가 추천한 전문가 3명과 관련 연구기관이 추천한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특정 직역에 속하지 않은 연구기관 추천 위원 중에서 위촉한다. 위원 추천은 오는 18일까지로 위촉 절차를 거쳐 올해 안에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와 간호사인력 수급추계위를 각각 출범시키기로 했다. 최종 정책 의사 결정은 보건의료정책에 관한 법정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심의를 통해 이뤄진다.

의료계는 인력수급추계위 설치 필요성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지만, 보정심에서 모든 정책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독립적이고 과학적인 인력 추계를 위해선 추계위에 의결기구로서의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펴고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규모를 논의한 보정심 대면회의가 지난 3년간 단 3번 열리는 데 그쳐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해외 각국은 의사 인력 조정에 있어 상설 자문기구를 두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조율하고 있다. 일본의 의사 추계기구인 의사수급분과회는 전체 위원 22명 중 의사가 16명, 간호사 2명, 법학자·경제학자·교육학자가 각각 1명씩 참여한다. 담당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행정 지원만 한다. 지난 2015년부터 2022년 1월까지 40여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내용은 녹취록과 참고자료를 통해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안정성·전문성·중립성이 담보된 추계기구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과 감원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원장을 지낸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는 의료개혁을 하겠다며 여러 정책을 제시하지만 미래 의료체계가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지 않는다”며 “적정 의사 수 추계를 논하는 기구는 필요하지만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선 무용지물이다. 어떤 의료체계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담론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준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그간 수많은 의료정책이 큰 어려움 없이 보정심을 통과해 현장에 적용되는 것을 봐온 입장에서 추계위 논의 결과가 정책에 잘 반영될지 의문이다”라며 “추계위는 오로지 의료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해 의결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일본처럼 추계위 논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라며 “추계위 구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어느 지역에 몇 명의 의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추계위 위원을 추천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태이지만 정부는 오는 18일까지 기다릴 예정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0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료계 외 다른 수요자 단체나 연구기관에서 3명 정도 위원을 추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천 위원 중간 집계는 하지 않고 18일까지 추천을 기다리겠다”며 “의료계가 대화와 논의에 적극 참여할 때 현장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개혁이 추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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