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아이돌이 처음으로 국정감사 현장에 등장했다. 괴롭힘과 따돌림 의혹을 제기한 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가 그 주인공이다. 15일 오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하니는 “무시당한 일을 왜 당해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하이브에서 꾸준히 차별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달에도 멤버들과 함께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하으 산하 타 레이블 소속 매니저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국감 현장에서 작심 발언을 쏟아낸 하니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국감 나온 이유? 조용히 묻힐까 봐”
하니는 이날 자신이 겪은 ‘무시해’ 발언을 이야기하며 “일하는 환경에서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니는 출석 의무가 없는 참고인임에도 국감에 나온 이유에 관해 “안 그러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걸 아니까 나왔다”면서 “앞으로 다른 일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선후배와 동기들이 당하지 않기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하니는 또 “데뷔 초부터 높은 분들을 마주칠 때마다 인사를 한 번도 안 받아줬다”며 “최근 블라인드 앱에서 회사분들이 뉴진스를 욕하는 것도 봤다. 회사가 우릴 싫어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CCTV 영상 삭제, 오해라면 풀고 싶어”
앞서 하니가 주장한 ‘무시해’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하이브 사옥 내에서 자신과 마주친 타 아티스트 매니저가 면전에서 타 아티스트에게 자신을 무시하라고 발언했다는 게 하니의 주장이다. 이에 내부 CCTV 영상을 분석하려 했으나, 하이브로부터 영상 보유 기간인 30일이 지나 삭제됐다는 답을 받았다. 하니는 “인사하는 장면만 8초짜리 영상으로 남았고 그 이후 장면은 없었다”며 “영상이 없는 이유를 계속 다르게 말하다 영상을 삭제했다. 이게 오해라면 풀고 싶다”고 했다. 다만 현장에 증인으로 자리한 김주영 현 어도어 대표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CHRO)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영상 확보를 요청했으나 인사하는 영상만 남아 보관 처리한 것”이라며 “나머지 영상은 삭제한 게 아니라 30일이 지나 삭제됐으며 복구 또한 어렵다는 답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김 대표는 또 “완전히 다른 법인에 소속된 매니저의 일인 만큼 해당 대표이사에게 읍소도 했다”며 “중재 노력도 하고 있으나 서로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진짜 죄송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은 이 자리 피하는 분”
하니는 하이브가 뉴진스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말에 “우리가 원래 회사에 정해진 길과 다르게 데뷔했는데 잘 돼서 우리를 낮추려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이 갈등이 불거진 게 ‘무시해’ 사건과도 연관됐다고 봤다. “자꾸 이런 일이 벌어지니까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마지막 발언 기회가 주어지자 하니는 눈물을 쏟으며 “세상의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할 순 없다”며 “인간으로서 존중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선배·동기·후배·연습생 모두 이런 걱정을 안 하면 좋겠다”며 “우릴 걱정해주는 분들께 감사하다”고도 덧붙였다. 하니는 이어 “한국에서 왜 이런 경험을 해야 하냐며 미안하다고 한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족 같은 멤버들과 직원들을 만났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죄송하게 생각해야 할 분은 이런 자리를 피하는 분”이라고 꼬집었다. 호주 대사관에서도 하니에게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고도 했다. 하니는 “만약 이런 자리에 또 나와야 한다면 한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나올 것”이라며 정면 돌파를 향한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