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발언에 흔들리고 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와 카톡 등을 공개하면서 당내 주요선거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지도부는 ‘명태균 방지법’을 예고했고 이름이 언급된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명씨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 여사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 여사가 ‘명씨를 믿고 있다’ ‘철없이 얘기하는 (친)오빠를 용서해달라’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 14일에도 명씨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 대통령 부부와) 지난 2021년 6월 18일 처음 만나 6개월간 매일같이 전화를 주고받았다”며 “아침에 전화를 못 하는 경우 낮에도 여러 번씩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렇게 해서 당선됐다고 생각하겠냐. 가만히 놔뒀으면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이라며 “두 명(이준석·오세훈)을 만들었으니 그쪽(윤 대통령 측)에서 저를 찾으러 다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명씨의 발언을 두고 ‘두 번 만났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첫 번째는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데려왔고 두 번째는 다른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자택에 데려왔다고 전했다. 또 윤 대통령 부부를 언급한 것에 대해 ‘과장되고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 대해서는 “카카오톡에 등장한 오빠는 윤석열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의 친오빠로 입당 전 나눈 사적 대화”라며 “스피커폰으로 6개월간 통화했다는 내용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명씨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언급했다. 그는 “홍 시장이 동화은행 사건을 맡으면서 김 전 위원장을 공격할 때 양측을 만나 화해하는 자리를 만들고 배석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당내 관계자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오 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의원이 요청해 그(명씨)를 만나보긴 했지만,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어 관계를 단절했다”며 “울음을 운운하는 것은 가소로운 주장으로 정치 장사꾼 앞에서 읍소하는 설정이 난센스다. 검찰 수사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홍 시장도 “대선 경선 당시 각 후보에게 당원명부를 건네준다. 후보들은 그 명부로 전화홍보와 여론조사를 의뢰한다”며 “그걸 두고 당원명부 유출이라는 말은 어이가 없다. 경선 직후 바로 삭제되는 명부로 관재수가 들려니 별사람이 다 귀찮게 한다”고 비꼬았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9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명씨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도 명씨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의중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명씨의 각종 발언에 공식적인 대응에 나섰다. 지난 1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론조작 처벌 수위를 높이고 형량을 늘리는 ‘명태균 방지법’이 제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기회를 통해 브로커나 기회주의자를 끊어내야 한다는 쇄신론도 나왔다.
한 대표는 “브로커나 기회주의자에 의해 보수정치와 국민의힘이 휘둘리는 것 같이 보이는 면이 있다”며 “국민의힘은 그렇지 않고 앞으로 그러지 않기 위해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정공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으면 명씨의 자료를 공개할 때마다 당정이 휘청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1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모두 명씨의 말 한마디에 휘둘리고 있다. 명씨가 언급한 인물들은 법적조치 예고할 정도로 문제가 커지는 중”이라며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할지 모르는 만큼 ‘정공법’을 제외하고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려 하면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료공개가 이뤄질 수 있다. 당정에 치명적일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당내 쇄신 등 정공법을 사용하고 대통령실은 침묵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